원로 예술인 구술채록 현장서 만난 노덕일 관악협회 명예회장

▲ 박미란 연구원이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 관평동 한국관악협회 노덕일 명예회장의 자택에서 한국 관악계의 역사이자 지역 음악예술의 산증인인 노 회장의 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제공

“공군군악대에서의 활동은 내 인생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었어요. 1960년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오페라를 첫 연주하던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내 음악의 모태가 된 곳이 공군군악대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17일 오후 2시 30분 대전 유성구 관평동 한국관악협회 노덕일 명예회장의 집에서는 한국 관악계의 역사이자 지역 음악예술의 산증인인 노 회장의 구술채록이 한창이었다. 대전문화재단의 원로예술인구술채록사업의 시범채록자로 선정돼 이날로 두 번째 구술채록을 진행한 그는 출생부터 음악의 길을 걷게 된 동기, 학창시절을 지나 공군군악대에서의 음악활동 등 50여 년 전의 일을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노 명예회장은 클라리넷으로 시작된 음악인으로서의 첫 출발을 먼저 설명했다. 연주단을 ‘관악단’이 아니라 ‘밴드부’라고 불렀던 학창시절, 노 명예회장은 자신을 가르친 스승들의 이름을 차례로 나열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첫 음악인의 길로 들어선 시작이 클라리넷인데 언제나 음악을 하면서 더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며 “보문고등학교 최영철 선생님을 찾아가서 작곡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웠고 김순경 선생님께 또 음악을 가르쳐달라고 졸라서 새로운 지도방법을 배우기도 했다”고 소회했다.

노 명예회장은 그의 음악인생의 본격 시작이 된 공군군악대에서의 활동을 ‘음악인생의 모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의 나를 만든 곳이 바로 공군군악대”라며 “1973년도 대전 공군교육사령부 발령을 받고 관악협회를 창단하기까지 연주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이뤘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명예회장은 고향인 대전에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며 한국관악협회를 창립하고 일본과의 첫 교류의 물꼬를 텄던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1973년 전국을 다니며 지부를 설립하고 9월 27일 정관을 만들어 대전에서 국내 처음으로 11월 17일 지부가 창립했다”고 했다. 창립년도와 일자까지 명확히 기억했다.

이어 노 명예회장은 “당시 한국 관악실력은 일본과 30년 정도 차이가 났는데 일본 관악계와 협의를 통해 비자받기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40년 관악역사의 길이 남을 교류연주회를 가졌다”며 대전청소년관악단의 일본연주회 등과 한국 관악역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노 명예회장의 생애사를 중심으로 기록되는 구술채록사업은 앞으로 두 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다. 대전문화재단은 노 명예회장의 음악부문 시범채록에 이어 무용 김란, 미술 임봉재, 국악 조남홍, 사진 신건이 등의 생애사 구술채록을 진행한다. 또 ‘공연장을 중심으로 본 예술사’라는 주제로 7명의 원로예술인에게 듣는 ‘대전시민회관’ 편의 구술채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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