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국 천하를 통일하다.②

왕준이 크게 공을 세우자 장군 두예도 당도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었다. 3군을 호궤하고 창고를 열어 오땅 백성을 구휼하는데 나서자, 백성들은 비로소 안도하고 생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건평태수 오언은 성을 막고 대항했으나, 손호가 항복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도 항복했다.
왕준은 표를 올려 첩보를 띄우니 만조백관이 진왕에게 축수를 올렸다. 진왕 사마염은 표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오늘의 이 광영은 모두 양호태부의 공이다. 죽어서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아깝구나!”
표기장군 손수는 조정에서 물러나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며 말하기를
“옛적에 역적을 토멸하기 위하여 일개 교위로 장년에 기업을 창립했더니, 이제 손호가 강남을 송두리째 버렸으니 유유창천(悠悠蒼天)아! 이 무슨 일이냐!”
손수의 통절함이 장강을 흐르는 듯 가슴을 아프게 하는 구나!

오국이 완전히 망하자 왕준은 개가를 높이 불러 낙양으로 돌아올 때 항복한 손호를 데리고 가서 사마염을 알현케 했다. 손호는 전에 올라 머리를 조아리며 진제 사마염을 알현했다. 사마염은 손호에게 자리를 주어 앉히고 묻기를
“짐은 이 자리를 마련하고 경을 기다린 지 오래였소.”
“신도 남방에서 역시 이런 자리를 베풀어서 폐하를 기다렸습니다.”
사마염은 크게 웃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서촉 유선이 그 모자란 머리 보다는 조금은 낫나 보구나!’
사마염의 생각은 거기서 그쳤다. 그때 가충이 나서서 손호에게 묻기를
“남방에서 사람의 눈알을 빼고 얼굴 가죽을 벗겼다 하던데 이것은 무슨 형벌이오?”
“신하된 자가 임금을 죽이려 하거나 간망불충한 자에게 이런 형벌을 하는 것입니다.”
가충과 좌중이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었다. 더는 손호에게 묻는 이가 없었다.

진제 사마염은 손호를 귀명후에 봉하고, 아들 손봉은 중랑 벼슬을 주고 항복한 재상들은 모두 열후에 봉했다. 동오의 승상 장제는 전장에서 죽었다 하여 그 자손에게 벼슬을 주었다.
전국대장 왕준은 보국대장군을 삼고 나머지 장군들도 벼슬을 올려주고 상을 내렸다. 이리하여 진제 사마염에 의한 대진의 통일기업이 이루어졌다.
천하가 대세를 따라 오래 동안 합해져 있으면 다시 나누어지고 나누어져서 또 오래되면 반드시 하나로 합쳐진 것이 하늘의 이치다.

위주 조환은 태강 원년에 죽고 오주 손호는 태강 4년에 죽고 후주 유선은 태강 7년에 죽으니, 후주가 가장 오래 살았다. 백치고 바보 모지리라서 그리 오래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훗날 사람들이 지금까지 써온 삼국지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장시 한 편을 전하니 두고 읽을 만하다.

‘고조가 칼을 뽑아들고 함양에 들어가니
찬연히 타오르는 붉은 해가 부상에서 떠올랐다.
광무가 용감하게 일어나 대통을 이어주니
금빛 까마귀 하늘 복판으로 날아오른다.
슬프다! 헌제가 뒤를 이었건만
붉은 해는 서쪽 함지로 떨어졌다.

하진이 꾀가 없어 환관이 어지럽게 구니
양주의 동탁이 조당에 자리 잡았다.
왕윤이 계책을 세워 반역의 도당을 주멸하니
이각, 곽사가 칼을 휘둘렀다.
사방에서 도적이 개미처럼 모여들고
천지사방의 간웅들이 모두 매처럼 설치고 뽐내게 되도다.

손견, 손책이 강남에서 일어나고 원소,원술이 하양에서 떨쳤다.
유언부자는 파촉에서 할거(割據)하고 유표의 군사는 형양에 주둔했다.
장연, 장로는 남정에서 패자(覇者)가 되었고 마등, 한수는 서량을 지켰다.
도겸, 장수, 공손찬은 각각 웅재(雄才)를 발휘하여 한쪽을 점령했다.
상부에서 전권을 잡은 조조는 영준한 인물들을 손아귀에 넣고 문무를 사용했다.
그 위력이 천자를 떨게 하고 제후를 명령했으며
용맹한 군사를 모조리 거느리고 중토를 진압했다.

누상촌의 현덕은 본래 황족의 자손으로 관운장 장비와 의로써 맺어 주군 현덕을 도우려 했건만 동서로 분주히 달려 다니며 집이 없어서 한탄했고
장수가 적고 군사가 미약하여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남양을 세 번 찾았던 그 정이 얼마나 깊었든가! 와룡을 한 번 보고 천하를 갈랐네.
먼저 형주를 점령하고 나중에 서천을 점령하니 패업과 왕도가 천부에 있었다.
오호라! 3년 만에 세상을 하직하니
백제성에서 고아를 맡길 때 아프고 쓰라림을 참았도다.

공명이 여섯 번이나 기산 앞에 나갔으니 한 손으로 하늘을 받들려 했다.
역수가 여기 와서 끝나고 장성이 아닌 밤중에 산언덕에 떨어질 줄 어찌 알았으랴.
강유가 홀로 재주 높은 것만 믿고 중원을 아홉 번이나 토벌하여 헛수고만 했다.
종회, 등애가 군사를 나누어 진격하니 한실의 강산이 모두 조씨 것이 되었다.
비, 예, 방, 모를 거쳐 가까스로 환에 이르렀다가
사마씨가 또다시 천하를 교체하여 받았다.

수선대 앞에 운무가 일어나고 석도성 아래서는 파도가 잠잠했다.
진류왕이 안락공과 더불어 귀명하니 왕후, 공작은 뿌리로부터 다시 싹텄다.
분분한 세상사는 무궁무진하며 천수는 망망하여 피할 길이 없다.
삼분정족시대를 설계한 사람들은 모두 다 한바탕 꿈이 되었고
후인은 이들을 조상한다 하여 가슴 태울 뿐이구나!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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