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약용식물이야기> 바위취 -1

이른 봄부터 대전 근교의 약용식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야외수업을 다닌다고 동동거리며 분주하게 보낸 상반기다. 그렇게 온 몸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낀 탓인지 깜박할 사이에 봄은 가버리고 무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왔음을 새삼 느낀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이다. 이른 봄부터 별렀던 오도산(吾道山)을 가기로 맘을 먹고 집을 나섰다. 몇 년 전 이 코스를 친구들과 같이 갔었는데 오늘은 혼자 가고 싶었다. 주변에 풀과 나무도 살피며 촬영도 할겸, 그래서 건전지도 여유 있게 추가로 챙겼다. 고향 뒷산에서 오랜만에 호젓하게 시간을 보내며 금년 여름은 어떤 모습인지 눈에 넣어 오고 싶었다. 나만의 아우라가 있는 그 길목에서 종일(終日)토록 지낼 작정이다.

등산길은 오가는 이가 적어서인지 한갓지고 여유롭다. 시원한 나무 그늘과 향긋한 풀내음도 마음을 한껏 부추긴다.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새소리도 신기하고, 매미소리도 처음 들어보는 종류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소리다. 이런 여유를 느끼며 산행한 적이 언제 있었나싶다. 바로 이게 나홀로 산행의 묘미인가 보다.

청년광장을 거슬러 고촉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 비탈길 옆으로 만든 화단에는 갖가지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절에 올 때 꽃 감상을 하며 언덕길을 쉬엄쉬엄 오르라는 절 관계자의 자상한 마음인 것 같다. 한참을 오르니 산비탈 바위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하얗고 작은 꽃이 눈길을 끈다. 꽃잎이 마치 토끼의 귀 모양을 한 모습이다. 바위취다. 갈래갈래 이어진 줄기를 따라 앙증맞게 꽃을 달고 하늘거린다.

바위취는 범의귓과에 속하는 상록(常綠)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20센티미터 정도로, 습기가 있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온 몸에 잔털이 있고 줄기는 땅으로 뻗으며 자란다. 잎은 타원형으로 뿌리에서 돋고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는데, 털이 보송보송 나 있다.

꽃은 5~6월경 꽃줄기 위에 5장의 꽃잎으로 핀다. 아래쪽 2장은 흰색으로 꽃잎이 길고, 위쪽 3장은 연한 붉은색으로 꽃잎이 짧다. 열매는 씨가 많이 들어있는 삭과로 맺힌다. 봄철에 어린순을 따서 쌈으로 또는 나물로 먹는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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