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는 실천이다. (26)

인문교양 강사

<여설>누구나 관계를 잘 맺고 살아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 돈과의 관계, 시간과의 관계, 책과의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말(言)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말 한마디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과의 관계를 잘 맺으면 복과 성공의 길이 열리나 잘못 맺으면 재앙과 패망을 불러일으킨다.

지도자의 잘못된 말이 자기 자신의 파멸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겪고 있지 않는가. 사람이 살면서 후회 하는 것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말로 인한 것이요. 가장 많이 짓는 죄도 말로 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살면서 짓는 세 가지 업(業) 즉 신업(身業), 의업(意業), 구업(口業)중에 구업(口業) 즉 입으로 짓는 죄악이 제일 무겁고 나쁘다고 했다. 이처럼 인간사에 있어서 말로인해 득을 얻는 경우 보다는 해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 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말 속담에 ‘세치 혀 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혀는 그 길이가 세치(약 10센티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이 혀를 잘못 놀려서 자기 자신의 파멸은 물론이고 세상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대 재앙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중국 ‘5대 10국’ 시대의 재상이었던 ‘풍도’라는 사람은 어지러운 시대를 살면서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기에 입조심, 혀 조심을 당부하는 시(詩)를 지어 후세사람들에게 경계가 되도록 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시도(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 즉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로다./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춰 두면/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풍도’가 5대 10국 시절에 무려 다섯 왕조에 열한명의 천자를 잇따라 섬기면서 이름난 재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시(詩)에서 말한 것처럼 항상 말을 삼가고 조심한 덕이라 할 수 있다.

즉 재상으로 있으면서 남에게 원성이나 시기, 모함을 받을 만한 언행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남에게 구설(口舌)을 받을 만한 언행(言行)을 하지 않도록 항상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 ▲심신의 건강을 잘 다스리며 살아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듯이 말을 잘 다스리며 살아야 인생을 무탈하고 복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몸(身)의 건강이 제1의 건강이라면 말(言)은 제2의 건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도자나 공인(公人)에게 있어서 말은 곧 생명이라 할 수 있다. ▲말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어떤 말을 하고자 할 때는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하라.’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三을 완전수라 한다. 그래서 三思 즉 세 번 생각하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걸러지지 않고 입에서 그대로 나오는 숨과 달리 말은 항상 머리와 가슴에서 걸러진 다음 입에서 나와야 실수가 적은 법이다. ▲주자(朱子)는 ‘수구여병(守口如甁)’ 즉 ‘입지키기를 병과 같이 하라.’했다.

말(言)과 병(甁)은 공통점이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 병은 마개로 꼭 막아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사람의 입도 꼭 닫아 비밀스러운 말, 남의 단점, 험담이 새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 병은 몸보다 입구를 좁게 하여 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하였다. 사람의 입을 가슴보다 작게 하여 가슴에 담긴 말을 다 쏟아내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心中(심중)에 깊은 말은 함부로 쏟아내지 말고 가슴에 담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셋,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병에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三思一言(삼사일언)하여 신중하게 해서 후회가 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부부가 서로 심하게 언쟁을 하거나 감정이 격해졌을 때 한 상처의 막말은 비록 나중에 서로가 화해를 했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응어리로 가슴에 남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 식구들 다 왜 그 모양이야.’ ‘참 복도 지지리 없지 어떻게 너 같은 사람 만났을까.’ ‘당신 나에게 해 준게 뭐 있어’ 등등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한 이러한 상처의 막말이야 말로 서로의 가슴에 남는 응어리로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의 언어 예절은 백년해로의 기본인 것이다.

▲그렇다. ‘복배지수’(覆杯之水) ‘엎질러진 잔의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거둬들일 수 없다.’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에 낚시가 걸리고 사람의 입에는 재앙이 걸린다.’ 그러므로 제2의 건강, 말(言)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는가.

- (인문교양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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