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가렵거나 습진 있을 때 내복하기도…자가요법 남용은 금물

바위취
이 풀은 추위에 강해서 한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한다. 또한 번식력이 강해서 돌로 만든 축대에 심어도 주위를 덮을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 바위틈에서도 물기만 있으면 잘 자란다고 해서 바위취라 하고, 어린잎에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난 모습이 호랑이귀를 닮았대서 범의귀 또는 호이초(虎耳草)라고도 불린다. 선조들은 이 꽃의 활짝 핀 모양이 한자의 큰 대자[大]를 닮았대서 대문자꽃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이 풀의 지상부를 약용한다. 이질균, 황색포도당구균 등의 발육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화농성(化膿性) 중이염에 이 약물의 생즙을 귓속에 넣으면 효과가 있다. 피부가 가렵거나 습진이 있을 때 내복하기도 한다. 또한 폐결핵으로 인한 해수, 각혈이 있을 때 사용되었다.

민간요법으로는 치질(痔疾)에 이 약물을 끓여 환부에 쐬면 치료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독충에 물리거나, 화상, 동상 등에 잎을 찧어 환부에 발랐다. 이러한 효능이 있어도 독성(毒性)이 있는 식물로 자가(自家)요법으로 남용하면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주의를 요하는 풀이다.

절 입구까지는 고갯길이지만 꽉 들어찬 나무들로 그늘이 지고 화려한 꽃들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환상적이었다. 누가 재촉하지도 않고 내 생각과 여유만으로 걷다보니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혼자 이렇게 유유자적하는 산행도 참 좋다는 생각이다.

경내에 이르기까지 새빨간 뱀딸기 열매, 메꽃, 이삭여뀌, 뱀무, 산수국 등 다양한 풀과 나무의 꽃들이 뒤섞여 제 멋을 부리고 서 있다. 노란 기린초와 하얀 바위취꽃이 어우러져 대조를 이룬다. 마치 카드섹션이라 하듯 촘촘히 붙어 있다. 물봉선과 뚝갈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열심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찰 관리자의 세심한 화단가꾸기 솜씨가 감탄스럽다.

지난 봄부터 약용식물 야외수업 현장을 물색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 덕에 금년 봄, 꽃의 향연에서 신록의 조화, 한 여름의 푸르름을 눈으로 보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보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가을철 결실의 모습까지 눈으로 확인해 볼 셈이다. 이런 자연의 조화 속에 같이 어울려 사는 삶이 보람되고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도산 정상에서 고향을 내려다보니 선대부터 내려온 둥지가 손바닥만 하다. 예전과 다른 것은 옹기종기 모였던 초가지붕이 형형 색깔로 바뀐 것뿐이다. 고속도로 옆의 어머님 유택(幽宅)도 뚜렷하게 보인다.

조상님들 산소도 점점이 이어져 있다. ‘사람은 그럭저럭 그렇게 살다 가는 거야’라고 하시는 것 같다. 그래, 지금 나는 적어도 행운아인 셈이다. 약용식물 강좌로 자연을 벗 삼아 격일로 숲 속을 찾으니 누군들 부러우랴. 마을 옆으로 길게 이어진 고속도로가 식장산을 향한다. 그 위의 뭉게구름이 산등성이 걸려 있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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