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설> 참 인생을 사는 사람은 인생지미(人生之味) 즉 인생의 맛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人生의 맛은 맵고 쓰다. 그래서 ‘인생을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라 했다. 또한 인생은 ‘만경연파수첩산(萬頃煙波數疊山)’ 즉 ‘가야할 우리네 인생길은 안개 낀 망망대해처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음이요. 살면서 이루어야 할 우리네 인생사(人生事)는 첩첩산중처럼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가 앞을 가로 막고 있음이라.’했다.

이러한 고해(苦海)의 인생에서 어떻게 저절로 人生之味 즉 인생의 맛이 느껴지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음식도 ‘아 맛있겠구나.’하고 그 맛의 의미를 부여하고 먹는 사람이 그냥 먹는 사람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고해(苦海) 인생이지만 나름대로 인생지미(人生之味) 즉 인생의 맛을 찾으며 살려고 할 때 인생의 맛 즉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人生之味를 위한 절대적인 자기노력과 지혜가 갈구 되는 것이다. 인생의 맛 즉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있어서 지녀야 할 2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하나, ‘미래에서 인생의 맛,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간 어제는 이미 무효가 된 수표이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는 믿지 못할 약속어음이다. 그러나 오늘은 확실한 현금인 것이다.

그러므로 오지 않은 미래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현금과 같은 지금 이 시간에서 행복 즉 인생의 맛을 찾으려 해야 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인간의 의지나 노력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했다 해도 미래의 행복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지금의 현실에서 행복 즉 인생의 맛을 찾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일 것이다. 바로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이 현실에서 행복을 찾음이 아니겠는가. ▲둘, ‘특별함 속에서 인생의 맛 즉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 출세, 돈, 권력, 인기, 섹스 등과 같은 욕망의 주제에서 ‘인생의 맛’ 즉 ‘’행복을 찾으려 하나 오히려 그러한 것들로 인해 자신이 파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가는 돈맛, 세력가는 권력 맛, 정치가는 정치 맛, 호색가는 색의 맛에 도취되어 더욱 탐닉하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불속으로 빨려 들어가 타 죽고 마는 불나비처럼 자신을 파멸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상류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많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가 행복하다.’라고 스스로 무소유의 행복을 만끽하곤 한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소강절’ 선생은 그의 詩에서 ‘밤하늘을 달리는 달’, ‘물위를 스치는 맑은 바람’에서 사소하지만 행복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이것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표현했다. 소강절선생이 저녁 늦게 마당에 나가 하늘의 달을 보며 행복의 의미를 느꼈듯이 작지만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끼는 나만의 의미 있는 순간이 人生之味(인생지미)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맛 즉 행복을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세 가지 방법을 권유하겠다.

▲하나, 음식지미(飮食之味) 즉 ‘음식의 맛과 감사함을 느끼며 먹어라.’하는 것이다. 된장국을 그냥 먹지 말고 된장의 영양분, 농부의 수고로움 등 그 의미를 부여하며 먹을 때 훨씬 그 맛과 영양이 더해지는 것이다. ▲둘, ‘학습지미(人生之味)’ 즉 ‘학습의 맛을 느끼어 평생 배우며 살아라.’하는 것이다.

생즉학(生卽學), 생즉업(生卽業), 생즉애(生卽愛) 즉 산다는 것은 평생 배우는 것이며, 일하는 것이며, 사랑(봉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배움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한시도 멈춰서는 안 되는 필수이다. 또한 살면서 느끼는 음식 맛, 돈 맛, 권력 맛, 인기 맛 등 여러 맛 중에 고귀하고 순수하고 변치 않는 맛은 學習之味(학습지미) 즉 학습의 맛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학문에 심취하여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즐거움에 세상 걱정도 잊고, 늙어가는 것조차도 알지 못하였다.’라고 술회하였다. ‘학습지미’는 지(知), 호(好), 락(樂) 즉 배우면 알게 되고(知)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고(好) 좋아하게 되면 즐거움을 느끼는 것(樂) 이것이 학습지미(學習之味)인 것이다.

예를 들어 색소폰을 배우고 싶어 배워서 불 줄 알게 되면(知) 좋아하게 되고(好) 또 이곳저곳에 가서 연주를 하다보면 나도 즐겁고 모두 다 즐거운 것이다.(樂) 즉 즐거움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셋, 봉사지미(奉仕之味) 즉 ‘봉사의 맛을 통해 보람된 인생을 살아라.’하는 것이다. 남을 위해 베푸는 봉사는 그 덕이 남에게로 가겠지만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봉사지미(奉仕之味)는 내가 맛보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 왔다가 불평의 문으로 나가는 것, 매사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안다면 평생 인생의 맛 즉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

- (인문교양 강사) -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