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나 잎 비비면 닭똥냄새… 사람들이 외면하는 풀

계요등

지난 봄 는개비가 내리던 날 이곳을 찾았었다. 매화꽃이 흐드러져 꽃잎을 촉촉하게 적셨던 날, 나지막한 키의 배나무 가지 위에 배꽃도 퍽 인상적이었다. 이젠 나무가 우거져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생가도 동네도 가려 버렸다. 아름드리 엄나무가 꽃봉오리를 달고 하늘 끝을 찌르고 있다. 이 정도 크기의 나무이면 단재(丹齋)선생을 어렸을 적부터 보아 왔으리라.

예전 같으면 이런 동네는 심신산골이다. 지금이니 길이 나서 차들이 연락부절이지 살기가 참 팍팍했을 것 같다. 산판에 다랭이 논도 없고 밭뙈기나 부쳐 먹고 살았을 법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제는 도심에서 가깝고 마음을 다스리고자 찾는 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자주는 못 와도 가끔씩 찾아오는 곳이다. 약초반 수강생들과 현장수업 차 간만에 들렀다. 여유 있게 고샅고샅을 돌아보며 산자락을 거스른다. 임도를 따라 군락(群落)을 이룬 복분자나무가 열매를 달고 이어져 있다. 벌써 열매가 까무잡잡하게 익었다. 수강생들은 질세라 열매 따먹기에 열중이다. 이렇게 산기슭에 지천으로 있는 흔한 열매지만 몸에는 아주 유익한 나무다.

그 복분자나무를 타고 기어오르는 또 다른 풀이 눈길을 끈다. 가시덤불인 복분자를 덩굴로 기어올라 하얀꽃을 피우고 ‘너 정도야’하며 여유를 부리는 풀이다. 계요등(鷄尿藤)이다. 줄기의 마디에 다닥다닥 꽃을 달고, 겉은 희고 속은 자주 빛을 내는 종(鐘)모양의 꽃이 특이한 식물이다.

풀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닭의 오줌과 관련이 있을 듯한 이것은 줄기나 잎을 비비면 닭똥 냄새가 나는 식물이다. 조류(鳥類)는 항문과 요도가 합쳐져 있기 때문에 대소변의 구분이 없다고 한다. 이파리를 비벼서 냄새를 맡아보니 닭의 배설물 냄새가 날 정도로 고약하지는 않다. 그렇게 심한 냄새는 안 나지만 썩 좋은 향은 아니지 싶다. 그래선지 뭇사람들이 외면하는 풀이기도 하다.

계요등(鷄尿藤)은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길이는 5~7미터 정도. 산기슭 양지 바른 곳이나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모양이며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모양이거나 수평이다. 꽃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에서 7~9월에 피며, 흰색 바탕에 자줏빛 점과 안쪽이 자줏빛이다. 열매는 공모양으로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데, 그 안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 가득 들어 있다. 이른 봄에 새순을 나물로 먹었다. 다른 이름으로 계시등(鷄屎藤), 구렁내덩굴이라고도 불린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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