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만 기어다니는 풀…잎 없이 숙주식물 감으며 자라

새 삼
울안에 아름드리 호두나무가 집의 수호신처럼 뒤꼍을 지키고 서 있다. 나무 새총마냥 브이자형으로 우뚝 솟아 수형(樹形)도 멋지다. 그런데 몇 해 전에 냉해를 입어 죽은 가지가 앙상하다. 아름드리인데도 큰 등치만 성하다. 겨우 살아남은 나뭇가지에서 이파리만 무성하다.

그런데 올해는 이 호두나무에 풍년이 들었다. 작년도 재작년도 열매 맺기가 부실해 거의 수확을 못했는데, 풍성한 잎과 가지 사이사이에 매달린 호두가 다글다글하다. 별다른 거름도 주지 않고 있는 그 자리에서 피고지고할 뿐인데 올 해는 열매가 많이도 달렸다. 장모님 생전에는 호두 한 말에 금일봉을 드리고 사서 먹던 호두였다. 장모님이 내 용돈을 주는 나무라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가끔씩 들르는 집이라 호두나무 아래는 눈 밖이었다. 봄철에 심어놓은 초석잠을 살피러 둘러보니 모종은 온데간데 없고 풀이 호랑이 새끼 칠 정도로 자라 가슴팍까지 기어오른다. 황당하다. 풀의 생명력은 알아주지만 똑같은 식물인데 어찌 이 지경인가 싶다. 사람 손에 길들여진 모종속의 식물이라 아마도 생존경쟁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나보다.

게다가 새삼덩굴이 풀 사이를 누비며 기고만장이다. 어떻게 걷어낼 수도 없을 정도다. 예전에 안 보이던 것이 새로 나타난 것이다. 걱정이다. 이 풀은 당할 식물이 없다. 마구잡이로 휘젓고 다니면서 곡식이고, 나무고, 제대로 살지를 못하게 하는 존재다. 초기에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풀까지 뽑아내며 대충 거둬내니 나무 밑이 휑할 정도다.

이파리도 없고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줄기만 기어다니는 기묘한 풀이다. 바람에 날려 정착을 했는지 이제껏 이 풀은 없었는데 걱정이다. 작은 텃밭으로 갖가지 채소를 심어먹는 곳인데 이 풀이 성장하여 자리매김하면 그나마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공포의 새삼덩굴이다.

새삼은 새삼과의 유일한 속인 새삼속을 구성하는 기생식물이다. 이 풀은 잎이 없고 숙주식물을 칭칭 감으면서 자란다. 일반 식물과는 달리 엽록소가 없으며 대신 흡기(吸器)를 통해 양분을 흡수한다. 이 흡기는 뿌리와 같은 기관으로, 숙주식물의 조직을 뚫고 들어간다. 잎은 작은 비늘 모양으로 퇴화되었다.

줄기는 가늘고 끈처럼 생겼으며 노란색·오렌지색·분홍색·갈색 등이다. 꽃은 8~9월경 작고 노란색 또는 흰색으로 피며 꽃부리 끝이 갈라져 있다. 이 꽃들은 무리 지어 피는데 그 모습이 작은 혹처럼 생겼다. 열매는 종(鐘)모양으로 그 속에 작은 종자가 들어있다. 한국에는 새삼, 실새삼, 갯실새삼 등 3종의 새삼속(屬) 식물이 있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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