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설>사람의 나이는 숫자로 표현한다. 그리고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 속에는 그에 걸맞는 삶의 값어치가 있다. 이것을 ‘나이 값’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공자는 자신의 70여 평생의 삶을 회고하면서 나이와 함께 학문과 인생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술회하였다. 그것은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꼭 들어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공자를 예수, 석가모니와 함께 성인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막상 공자 자신은 ‘나는 성인이 아니다.’라고 성인이기를 거부하였고 ‘도울’도 ‘공자는 단지 성인의 길을 개척한 한 인간일 뿐이요, 끊임없이 성인이 되고자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한 호학(好學)한 인간이었다’라고 공자를 평했다. 이처럼 예수나 석가모니 같이 초인적 성인이 아닌 보통사람, 훈장선생님, 다정다감한 동네 큰 어르신과 같은 공자이기에 우리는 공자가 술회한 나이 값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지금부터 공자가 술회한 ‘나이 값’ 즉 나이에 걸 맞는 삶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겠다.

▲공자는 ‘오십유오이 지우학(吾十有五而 志于學)’ 즉 ‘내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라고 술회 하였다. 그래서 15세를 지우학(志于學)또는 지학(志學)이라고 한다. 공자 같은 성인도 생이지지(生而知之) 즉 나면서부터 알게 된 것이 아니라 15세에 장차 ‘군자’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위해 학문에 뜻을 두었던 것이다. 요즈음에 있어서의 15세 나이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된다.

학교 공부의 기초는 바로 중학교 2학년 때라 할 수 있는데 이 때 학업에 대한 의지나 공부요령,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이후의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이 힘들게 된다. 그리고 이때는 기억력도 제일 왕성한 시기이므로 모든 학교 공부의 기초를 튼튼히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처럼 인생에서 15세 나이는 학업과 인생 출발의 중요한 의미의 나이라 할 수 있다.

▲‘오삼십 이립(吾三十 而立)’ 즉 ‘나는 30세에 자립하였다.’라고 술회하였다. 그래서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한다. 2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공자는 15세에 학문의 뜻을 세우고 권세가 집안의 창고관리인 등의 천직(賤職)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독학으로 학문에 정진하여 드디어 30세가 되어서는 학문의 경지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사학(私學)을 열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공교롭게도 예수도 30에 이립(而立)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인 요셉이 타계한 후에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홀어머니와 동생을 보살폈던 예수가 하느님의 뜻을 좆아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 것은 서른 살이 되어서였다. 공교롭게도 공자와 예수의 이립(而立)의 나이가 같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 30의 나이는 초, 중, 고, 대학의 학교 공부를 마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취업을 하거나 사업 등 자기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나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생에서 30은 스스로 주관을 확고히 세워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가야하는 나이다.

▲공자께서는 ‘오사십이(吾四十而 不惑)’ 즉 ‘내 나이 사십에 미혹되지 않았다.’라 하셨다. 그래서 사십 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공자가 처한 노나라의 정치상황은 왕이 권신에 의하여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는 등 권세가 판을 치고 하극상(下剋上)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도 공자는 덧없는 정치적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여 학문과 교육에 전념하였다. 인생에서 40대는 가장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때라 할 수 있다. 즉 40대는 돈과 명예, 권력 그리고 이성에 대한 집착이 강한 때고 그래서 이러한 것들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나이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욕심이 넘치는 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40대에는 어느 때보다 자기 자신을 절제하고 조심하여 부도덕한 돈, 명예, 권력, 이성에 대한 유혹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순간의 유혹에 빠져 일생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매사에 욕심이 앞서지 않았나를 살피고 또 살펴야 실수나 과오가 없을 것이다. 매사에 욕심이나 의욕이 앞서다 보면 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허세를 부리기 쉽고 그로 인하여 남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말이 있다. 즉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로 떠벌린다는 뜻이다.

어쩌면 과욕이 앞서는 40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인생에서 40의 의미는 항상 삼가고 절제하여 자기 자신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나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15세에 학업과 인생에 대한 뜻을 세우고 30세에 그 뜻을 세상에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하고 40세에 세상 유혹과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그 뜻을 성실하게 이루어 나간다면 그 인생은 나이 값을 하는 인생이 아니겠는가.

- (인문교양 강사) -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