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뇌동 하지마라, 역지사지 하라 !

<여설> 공자께서는 70여 평생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오육십이이순(吾六十而耳順) 즉 ‘내 나이 60이 되니 순리대로 들을 수 있었다'라고 술회하셨다. 공자가 술회한 이순(耳順)의 뜻에 대해 훗날 많은 유학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하였는데 그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순(耳順)이란 ‘남의 말을 넓은 아량으로 긍정적으로 듣고 받아들인다’,‘세상사 이치를 깨달았으므로 생각하지 않고도 남의 말의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바르게 알 수 있다’,‘남의 말을 들으면 생각하고 헤아릴 필요가 없이 듣기만 하여도 상대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古代 성인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한다'라 풀이하였다. 어느 풀이가 맞는지는 오로지 말씀을 하신 공자님만이 아실 뿐, 그러나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다 맞는 풀이가 아닌가 싶다.

공자의 이 시기는 고국인 노나라에서 인덕정치의 도(道)를 펼치려 하셨으나 실패하였고 그 후 55세에서 68세까지 14년간의 주유열국(周遊列國)에서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식량이 떨어지기도 하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등 고난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그러나 공자는 이러한 좌절과 고난 속에서도 오히려 세상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또한 다른 사람의 비방도 거슬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달관에 까지 이른 것이다. 다시 말해 공자의 60대 인생은 세상사나 남의 말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세상사나 남의 말을 순리대로 받아들인다’는 이순(耳順)에는 2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세상사나 남의 말에 무조건 휩쓸리거나 흔들리지 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이치나 도리에 맞는지를 가려서 받아들이고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중호지필찰언(衆好之必察焉) 중오지필찰언(衆惡之必察焉) 즉 ‘여러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고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니라’하였다. 다시 말해 여러 사람의 말이나 처사에 무조건 휩쓸리거나 부화뇌동하지 말고 분별하여 받아들이고 행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사나 남의 말이 자기의 뜻에 맞지 않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여 헤아려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이 나오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면 고부갈등도 쉽게 풀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60대는 대체로 산전수전의 세상사를 겪은지라 세상사와 사람에 대하여 어느 정도 달관에 이르게 되어 그 만큼 여유와 너그러움의 폭이 넓어진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에게 섭섭하고 불쾌한 말을 들어도 젊었을 때처럼 조급하고 옹졸하게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지 않고 너그럽게 이해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나이가 먹을수록 귀를 틀어막고 완고해지기만 하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삼가고 조심해야 하는 ‘3노’가 있다.

△하나, 노욕(老欲)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탐(老貪)을 부리다가 평생 이룬 것을 순간에 모두 망쳐 버리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본다. 그래서 공자는 젊어서는 ‘색(色)’을 조심하고, 장년에는 ‘다툼’을 늙어서는 ‘탐(貪)’함을 조심해야 한다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것은 ‘노욕(老欲)’이라 하지 않는가.

△둘, 노여움이다. 산전수전의 세상사를 경험한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면 웬만큼 섭섭한 말이나 불쾌한 처사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면에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세상사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점점 소외되고 있다고 여기어 사소한 일에도 섭섭함이나 노여움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이제 힘드시니 좀 쉬십시오’하는 자식의 위로의 말에 ‘나보고 죽으란 말이냐’하고 버럭 화를 내는 연로하신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애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셋, 노파심이다. 노파심(老婆心)이란 글자 그대로 나이 많은 노파(老婆)의 마음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쓸데없는 걱정과 지나친 간섭의 마음이 발동한다. 그래서 나이가 많을수록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호감 받는 어른으로 대접 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하였다. 이처럼 ‘3노’ 즉 ‘노욕’ ‘노여움’ ‘노파심’을 버려야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는 어른으로 대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60대의 삶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세상사나 남을 이해하는 너그러운 삶이 되어야 겠고 노욕, 노여움, 노파심을 버려서 대접받는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문교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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