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설>국어사전에 의하면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승’이라 하고, 죽은 사람의 영혼이 가서 산다는 저 세상을 ‘저승’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저승 즉 '저세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체적인 논리나 증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지 종교적 차원에서 논하여 믿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저승을 믿어야 하느냐 믿지 말아야 하느냐 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 우선 저승의 세계라 하는 영혼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다. 동양사상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 하늘기운인 양 기운과 땅의 기운인 음 기운을 받아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 때 하늘로부터 받은 양 기운을 혼(魂)이라 하고 땅으로부터 받은 음 기운을 백(魄)이라고 하는데, 이 혼백(魂魄)은 사람의 육체 속에 있다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왔던 하늘로 올라가 신(神)이 되고 백(魄)은 왔던 땅으로 돌아가 귀(鬼)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이승에서 혼백을 지니고 살다가 저세상인 저승에서는 귀신으로 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양사상에 의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의 삶인 이승의 삶과 저세상의 삶인 저승의 삶, 두 삶을 살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저세상의 삶은 죽어봐야 알 수 있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가설(假說)이지만 그래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확신할 수 없는 저승 즉 영혼의 삶이지만 있다고 믿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있다고 믿고 이승에서 사는 동안 저승의 삶을 위한 준비를 해 놓는 것도 밑져야 본전이 아니겠는가. 어느 철학자는 ‘어머니 뱃속에서는 태어날 세상을 위해 기도를 하고 이 세상에서는 죽어서 갈 저세상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

▲ 이승에서 살고 있는 내가 죽어서 갈 저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하였다. 하지만 두 가지를 가지고 간다고 가설(假說)해 보겠다. 하나는, 살아 있을 때 지은 업(業)을 가지고 저승에 간다고 가설해 보겠다. 불교에서는 ‘업(業) 따라 와서 업 따라 살다가 업 따라 간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이승에서 지은 업을 가지고 저승에 간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승의 삶에서 세상과 남에게 죄를 짓거나 척(隻)을 짓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은 죄업이나 척(隻)은 속죄로서 이승에서 소멸시켜서 저승으로 갈 때는 척이나 죄업을 가지고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살아 있을 때의 혼백은 죽어서는 귀신이 되어 저승의 삶을 사는 것이라 했으니 혼백을 가지고 저승으로 간다고 가설해 보겠다. 그러므로 이승에서 혼백이 맑고 깨끗해야 저승에서의 귀신이 밝게 빛날 것이 아니겠는가.

▲ 맹자의 성선설에 의하면 하늘은 인간 누구에게나 선본성(善本性) 즉 선한 혼백(魂魄)을 주셨다 한다. 하지만 누구나 속세의 때를 묻히며 살기 때문에 하늘이 준 선본성 즉 선한 혼백을 그대로 지니면서 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어린 아이 때 지녔던 천진난만한 모습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세상사에 닳고 닳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태어날 때 지녔던 선한 혼백이 점점 속세에 때묻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저 세상에 갈 때는 속세에 때 묻은 혼백은 깨끗이 하여 가지고 가야 한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 지녔던 그 깨끗한 혼백을 다시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가야한다. 그래야 저승에서의 귀신 즉 영혼이 맑게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살면서 항상 세심정혼(洗心淨魂) 즉 더럽혀지고 때묻은 마음을 깨끗이 닦고 혼백을 맑게 하여서 깨끗하고 맑은 혼백을 저세상으로 가지고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세심정혼(洗心淨魂) 할 수 있을까. 그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겠다.
△하나, ‘매일 참회의 기도를 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지은 죄업이나 남에게 원한을 지게 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로서 지은 죄업이나 원한에 대한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빌라는 것이다.

△ 둘, ‘신앙생활을 독실하게 하라’는 것이다. 모든 종교마다 각각의 내세관 즉 영혼의 세계에 대한 것과 세심정혼의 지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셋, ‘후반기 인생에 와서는 혼백을 다스리기 위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전반기 인생을 살 때는 이승의 삶을 위한 공부 즉 입시공부, 취직시험 공부 등 생존을 위한 공부를 하였다면 후반기 인생에 와서는 저승 즉 저세상을 위한 공부, 바로 저세상으로 가지고 갈 혼백을 맑고 아름답게 빛낼 수 있는 공부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성현들의 말씀이 담긴 경전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서,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서, 혼백을 아름답게 하는 문학, 예술 등의 공부로서 끊임없이 혼백을 갈고 닦아야 한다.

▲ 그렇다! 밑져야 본전이다. 저승이 있다고 믿고 저승을 위한 세심정혼(洗心淨魂)의 공부를 하자.
<인문교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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