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학의 정체성 찾기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문학자들의 모임 ‘맥락과비평문학연구회’가 또 하나의 의미있는 성과물을 내놓았다.

올해로 태동한 지 16년째를 맞는 연구회가 아홉 번째 공저(共著) ‘경계와 소통, 지역문학과 문학사’(도서출판 심지)를 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자칫 중앙·지배의 논리에 의해 쉽게 삭제되거나 배제되는 지역문학의 복원, 자본·권력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스러운 거부반응을 생성할 수 있는 지역문학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학자들의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또한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지역문학사가 서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다.

제1부 지역문학 연구에선 ‘해방공간 대전지역의 진보문예지 연구’(박수연), ‘1940년대 후반 대전지역 문학 연구’(김현정), ‘대전문학사 서술의 현황과 전망’(김화선), ‘삶의 문학의 출현과 특이성’(김정숙) 등을 통해 지역문학의 정체성을 사유하고 한국문학사 속에서 대전문학의 의미를 되짚었다.

제2부 지역작가 연구에는 ‘대전·충청지역 시문학의 전형과 로컬리티’(남기택), ‘윤곤강 시의 동물 표상 읽기’(한상철), ‘신석초 시에 나타난 고향의식 연구’(김현정), ‘한국 근대소설에서 무능력자의 형상화 양상과 그 의미’(오연희) 등 지역작가의 작품론 및 주제론을 위주로 한 논문들이 수록됐다.

제3부 지역문학의 현장은 ‘기억과 소통의 자기 되기’(홍웅기), ‘초석과 육식의 독법, 민들레와 피라지옥의 매혹’(박현이), ‘초록꿈으로 빚어내는 만다라의 미학’(김정숙), ‘서희 소설의 로컬리티와 경계사유’(오연희), ‘꽃의 기호들’(한상철), ‘소통을 꿈꾸는 아름다운 동심의 시안(詩眼)’(김화선) 등 지역작가의 작품에 대한 서평들을 엮었다.

개인적인 문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호 연대를 모색하려는 취지에서 결성된 맥락과비평문학연구회는 1998년 출범 이후 지속적인 모임과 세미나, 학술심포지엄, 연구서 저술 등을 통해 지역문학의 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지난 9월 27일에는 대전문학관에서 ‘대전 문학장(文學場)과 로컬 히스토리-대전문학의 흐름과 소설의 경향’을 주제로 제16회 심포지엄을 개최해 문학에 나타난 담론의 양상과 대전의 정체성을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고찰한 바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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