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주름이 일정하게 펼쳐져 …섬섬옥수 여인 치맛자락 연상

둔산대로에 운전을 하며 지나는데 가로수의 노란 단풍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밭수목원에 심어진 나무들도 가세하여 배경을 만드니 더욱 아름답다. 가로수도 다양해서인지 푸르름과 단풍색이 어우러져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차내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물들도 층고(層高)가 낮아 나무숲에 가리니 보기 좋다. 조금 지나며 국악전용 신축건물이 생뚱맞게 우뚝 솟아 수목원을 가리니 답답하다.

이곳 수목원은 현장 수업장소로 자주 나오는 곳이다. 각종 우리 고유의 야생화를 심어놓아 애착이 가는 곳이다. 풀들이 조금 시들해지면 안타깝고 훼손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야속해지기도 한다.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세대를 이어 잘 보존되기를 올 때마다 기원해 보는 장소다. 휴식공간으로서 대전 시민들의 미래와 희망이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동원(東苑)의 야생화 단지를 거닐자면 사람 키 정도의 닥풀을 만난다. 접시꽃 모습으로 핀 연노랑의 꽃이 껑충하게 서서 서로 키재기를 하며 흔들거린다. 바로 옆에는 개량종인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인 닭벼슬 모양의 땅꼬마 맨드라미와 대조를 이룬다. 팔랑개비 같은 닥풀 꽃잎이 겹쳐진 한 가운데는 진한 자색의 암술과 수술이 대조를 이룬다. 언뜻 보면 외국에서 들어와 크는 귀화식물로도 착각할 정도다. 은은한 색깔의 커다란 꽃과 묘하게 갈라진 이파리는 외래종 같은 느낌을 준다.

꽃을 조용히 감상하면 연한 녹색인지 노랑색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잔주름이 일정하게 펼쳐져 꽃잎은 섬섬옥수로 빗은 여인의 치맛자락을 연상시킨다. 누군가 이 꽃의 이름을 몰라 왕비꽃이라 했다더니 공감이 간다. 껑충한 키에 다섯 갈래로 갈라진 이파리는 여타 식물과는 특이한 모양이다. 하지만 꽃을 감상하노라면 눈길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 신비로움이 있는 풀이다.

닥풀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재배되는 아욱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1m 내외다. 전체에 털이 있고, 뿌리는 점성이 있으며 종이를 뜨는데 사용된다. 원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는 없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는 길고, 손바닥 모양으로 갈래는 피침형이다. 꽃은 연한 노란색, 중심부는 검은 자주색, 원줄기 끝에 꽃차례로 달리고, 9~10월경에 핀다. 꽃잎은 겹쳐지고 많은 맥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긴 타원형으로 거친 털이 있다. 다른 이름으로 황촉규, 당촉규화로 불리기도 한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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