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챌린지 강등의 수모 후 사무국 슬림화·구단운영 집중
김은중 주축 유망주 선수 활약 우승확정까지 1위 놓치지 않아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지난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35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우승 축하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챌린지 1위 팀에 자동 승격을 도입한 첫 해에 초대 승격팀의 명예를 얻게 됐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티즌이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딛고 1년 만에 클래식(1부리그) 무대로 복귀한다. 지난해 대부분의 시민구단이 2부리그로 추락했지만 대전은 시민구단의 맏형으로서 올 시즌 챌린지를 평정하고 내년 시즌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강등의 좌절을 딛고 승격의 영광을 차지한 대전의 올 시즌을 되돌아보고 더욱 치열한 클래식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할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강등에서 승격까지
② 2014 시즌 진단
③ 미리 점쳐보는 내년 시즌

대전이 1년여 동안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맛봤다. 1부와 2부라는 차이는 있지만 최하위에서 최정상까지 올해 대전은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렸다.

K리그 챌린지 우승을 확정함으로써 클래식으로 조기 승격한 대전은 지난 16일 안산경찰청과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강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대전은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없이 1부 리그로 승격하는 최초의 팀이 됐다.

대전에게 2013 시즌은 그야말로 쓰디쓴 한해였다. 지난해 11월 27일 승점 3점이 절실했던 대전은 경남FC와의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김으로써 1부리그 잔류를 위한 희망의 촛불을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꺼뜨렸다. 선수를 비롯해 구단 프런트와 서포터즈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자줏빛 열정으로 뭉친 이들은 누구의 탓도 야유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같이 슬퍼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나가 됐다.

대전은 2012 시즌을 마치고 유상철 감독의 후임으로 김인완 부산 아이파크 수석 코치를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연이은 성적 부진으로 김 감독은 시즌 도중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구단주가 이를 반대해 무마되는 듯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입원했고, 당시 조진호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게 됐다. 조진호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한 대전은 초반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챌린지로 강등됐지만 시즌 막판 5승 2무 1패의 성적을 거두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등 후 체질 개선에 나선 대전은 사무국 슬림화를 단행했다. 또 선수단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 선진 구단 운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인공호흡에 의존하던 대전은 강등의 아픔을 뒤로한 채 서서히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해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뼈아픈 강등을 맛봐야 했던 대전은 ‘레전드’ 플레잉코치 김은중을 주축으로 올 시즌 득점 1위인 아드리아노(27골)와 서명원, 임창우, 김찬희 등을 앞세워 리그를 주물렀다.

대전은 수원FC와의 올 시즌 개막전에서 1-4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지만 2라운드 고양과의 홈경기를 4-1 승리로 장식하며 감춰뒀던 칼을 뽑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 챌린지 선두에 오른 대전은 우승 확정까지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2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14경기 무패(12승 2무) 행진을 이어가는 등 그들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팀이 없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요요클럽(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는 팀)으로 불린 적이 있다.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노란잠수함’ 비야레알 CF가 강등 한 시즌 만에 돌아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 명문구단들도 어제의 아픔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셈이다.

K리그에선 대전이 이들의 수순을 밟고 있다. 비록 강등이란 굴욕을 겪었지만 이는 K리그 판을 뒤집기 위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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