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꺼내든 히든카드는 '사람' 레전드 김은중 복귀 경험 채우고
경기 절실한 신인선수 대거 영입 감독, 매 경기마다 자신감 불어넣어

<글 싣는 순서>
1. 강등에서 승격까지
2. 2014 시즌 진단

3. 미리 점쳐보는 내년 시즌

“대전시티즌이 클래식(1부리그) 팀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확정한 조진호 대전시티즌 감독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1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 것에 대한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대전은 지난해 7승 11무 20패로 최하위인 14위로 시즌을 마감해 2부리그로 강등됐다. 1부리그 승격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지만 시민구단인 대전의 문제는 강등으로 인해 줄어든 예산과 후원금 규모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1부리그로 승격하기 위해선 기량이 보다 뛰어난 국내·외 선수를 영입하고 충분한 지원으로 기존 선수들의 이탈을 막아야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전시가 그동안 지원했던 40억 원의 예산은 올해 뚜껑을 열어보니 예산심의를 한 시의원들의 반대로 2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대전은 올 시즌 개막 전 챌린지 우승후보에서 일찌감치 멀어졌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주변의 우려를 낳았다. 여기서 대전이 꺼내든 카드는 ‘사람’이었다.

대전의 첫 번째 히든카드는 ‘레전드’ 김은중이었다. 당시 김은중은 국내 무대를 떠나 해외로 떠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구단과 팬들은 그의 복귀를 간절히 원했고 결국 김은중은 자신을 진정으로 원하는 대전의 마음을 느끼고 11년여 만에 플레잉 코치로 되돌아왔다. 김은중은 상대적으로 젊은 피로 구성된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채우고 이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어도 벤치에 앉아 있는 횟수가 잦은 다른 팀 선수들을 비롯해 신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윤원일과 서명원, 임창우, 송자한, 김찬희 등 눈에 보이는 성적보단 경기에 대한 절심함과 간절함이 짙은 선수들은 이내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또 아드리아노와 반델레이 등의 용병을 수혈하면서 대전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매 경기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목욕탕도 같이 가는 등 선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마련해 경기장 밖에선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다. 경기에선 각자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고 시즌 시작 전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경험 부족은 앞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4-1이란 대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맞춰졌고 신·구의 조합이 보여준 시너지는 1부리그 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대전은 개막전 이후 4-1, 3-1, 4-0, 4-0 등의 골폭풍을 몰아치며 챌린지 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전이 우승을 거머쥐기까진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9월 연이은 경기로 누적된 피로가 여러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졌고 8경기에서 1승 3무 4패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잦은 부상과 결장 등으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서로가 의지해야 할 것은 옆에서 함께 뛰는 선수들이었고 우승을 향한 한마음으로 뭉쳐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마침내 지난 11월 5일 대전은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전을 바짝 추격하고 있던 2위 안산이 안양과 1-1로 비겨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대전의 우승이 확정됐다.

대전 우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은 브라질 용병 아드리아노였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31경기에 출전해 27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평균 0.84골을 기록하며 득점 2위인 강원 알렉스(16골)와 무려 9골 차를 벌렸다.

아울러 올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낸 임창우를 비롯해 19세 이하 챔피언십 청소년대표 서명원, 21세 이하 축구대표팀 송주한 등 3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함으로써 챌린지 무대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 대전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기도 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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