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임질 · 이뇨· 유즙분비 촉진 ·볼거리 염증 등에 효험
한의 자료에 의하면 닥풀의 꽃, 열매, 뿌리를 모두 약용한다. 꽃은 황촉규화라 하여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어 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을 치료하고, 종기, 악창, 불에 데었을 때 외용(外用)하면 효과가 있다. 뿌리는 임질(淋疾), 이뇨, 유즙(乳汁)분비 촉진, 볼거리 염증과 종기에 효험이 있다. 특히 유행성 볼거리염증에 뿌리를 가루 내어 알코올에 개어 환부에 붙이면 효과가 있다. 중이염에도 달인 물을 바르면 잘 낫는다. 열매도 뿌리와 비슷한 약효를 나타내어 약재로 쓰이며 특히 타박상에 가루 내어 술에 타 마시면 잘 나았다.
민간에서는 오래 전부터 닥풀 꽃을 활짝 피었을 때 따서 말린 후, 부인의 냉대하증, 화상(火傷) 등에 썼다. 또한 열매의 씨앗을 채취하여 기름을 짜서 먹으면 당뇨의 당(糖) 조절효능이 있다 하여 이용했다.
전통적으로 이 닥풀을 한지(韓紙)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지만, 줄기는 질긴 특성을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끈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소쿠리나 발채, 삼태기 등을 엮던 끈이 바로 닥풀의 줄기를 말려 이용했던 것이다.
이 닥풀 뿌리에는 끈적한 점성이 있어서 특히 한지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풀이다. 그런 특성이 있어서 닥나무와 혼합하면 닥나무의 섬유질이 빨리 가라앉지 않고 골고루 풀어지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 종이의 두께가 고르게 되고 질도 좋은 종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특성으로 우리의 전통한지가 천 년을(千年) 간다는 비결이 이 닥풀에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어렸을 적 시골의 밭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서 있던 닥풀의 기억이 떠오른다. 농사를 짓던 대상은 아니었는데 삼대 밭 모서리에 울타리를 쳤던 풀 같다. 당시에 종이를 만드는 일은 안 했기 때문에 이유를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그 이용도가 있어서 시나브로 심어놓고 자라게 했던 풀이 아닐까 싶다.
은은한 꽃색깔이 신기한 지 지나는 사람마다 꽃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씩 서서 구경을 한다. 자주 지나치지만 무엇보다 꽃이 아름다워 반드시 들려본다. 소나무 곁에 작은 면적을 차지한 닥풀이 배경과 잘 어울리는 동양화 같다. 작은 연못 위로 펼쳐진 쪽빛 가을하늘은 금상첨화다. 항시 올 때마다 느낌이지만 한밭수목원이 자랑스럽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