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임질 · 이뇨· 유즙분비 촉진 ·볼거리 염증 등에 효험

<닥풀-1> 한밭수목원 동원에서 만난 연노랑 물결

이 닥풀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해 온 식물이다. 닥풀과 비슷한 뽕나무과의 닥나무가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이 닥나무의 껍질에서 섬유를 뽑아 창호지를 만들었다. 이 창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닥풀의 뿌리를 분산제로 넣으면 종이의 두께가 고르고 질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닥나무와는 구별되게 닥풀이라 불렀지 싶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닥풀의 꽃, 열매, 뿌리를 모두 약용한다. 꽃은 황촉규화라 하여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어 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을 치료하고, 종기, 악창, 불에 데었을 때 외용(外用)하면 효과가 있다. 뿌리는 임질(淋疾), 이뇨, 유즙(乳汁)분비 촉진, 볼거리 염증과 종기에 효험이 있다. 특히 유행성 볼거리염증에 뿌리를 가루 내어 알코올에 개어 환부에 붙이면 효과가 있다. 중이염에도 달인 물을 바르면 잘 낫는다. 열매도 뿌리와 비슷한 약효를 나타내어 약재로 쓰이며 특히 타박상에 가루 내어 술에 타 마시면 잘 나았다.

민간에서는 오래 전부터 닥풀 꽃을 활짝 피었을 때 따서 말린 후, 부인의 냉대하증, 화상(火傷) 등에 썼다. 또한 열매의 씨앗을 채취하여 기름을 짜서 먹으면 당뇨의 당(糖) 조절효능이 있다 하여 이용했다.
전통적으로 이 닥풀을 한지(韓紙)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지만, 줄기는 질긴 특성을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끈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소쿠리나 발채, 삼태기 등을 엮던 끈이 바로 닥풀의 줄기를 말려 이용했던 것이다.

이 닥풀 뿌리에는 끈적한 점성이 있어서 특히 한지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풀이다. 그런 특성이 있어서 닥나무와 혼합하면 닥나무의 섬유질이 빨리 가라앉지 않고 골고루 풀어지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 종이의 두께가 고르게 되고 질도 좋은 종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특성으로 우리의 전통한지가 천 년을(千年) 간다는 비결이 이 닥풀에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어렸을 적 시골의 밭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서 있던 닥풀의 기억이 떠오른다. 농사를 짓던 대상은 아니었는데 삼대 밭 모서리에 울타리를 쳤던 풀 같다. 당시에 종이를 만드는 일은 안 했기 때문에 이유를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그 이용도가 있어서 시나브로 심어놓고 자라게 했던 풀이 아닐까 싶다.

은은한 꽃색깔이 신기한 지 지나는 사람마다 꽃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씩 서서 구경을 한다. 자주 지나치지만 무엇보다 꽃이 아름다워 반드시 들려본다. 소나무 곁에 작은 면적을 차지한 닥풀이 배경과 잘 어울리는 동양화 같다. 작은 연못 위로 펼쳐진 쪽빛 가을하늘은 금상첨화다. 항시 올 때마다 느낌이지만 한밭수목원이 자랑스럽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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