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에 빨갛게 익는 열매 성탄절 장직용으로 사용

딸아이의 손을 잡고 불과 수 미터 걷는 걸음이 꽤나 먼 느낌이다. 밝고 아름다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운 면사포를 쓴 딸이 천사 같다. 좋은 날이지만 이젠 제 짝을 찾아간다니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짧은 웨딩마치 음악에 맞춰 걸은 사이에 아이를 부둥켜안고 키우던 지난 날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난다. 밝고 명랑하던 딸이었는데….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빌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은 몇 날이었다. 친지들도 손님들도 떠난 자리가 휑하니 허전하다. 제 것 다 챙겨 훌쩍 떠나고 둥지에 남은 어미의 심정을 누가 헤아리겠는가. 막내아들 장가보내고 서운해 하시던 지난날 어머님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세상에 나와 자식을 키우고 제 짝을 만나면 떠나보내고, 조상들이 걸어온 길을 나도 걸어갈 뿐이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볼 겸 아내에게 멀리 캐나다에서 온 처제 내외와 며칠 간 여행을 제안했다. 간만에 우리나라의 아가자기한 산천도 둘러보고 사는 모습도 실컷 보고 가라는 마음에서다. 외국에서 뿌리내리고 사느라 휴식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니 겸사겸사다.

40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한 광한루(廣寒樓)의 가을밤에 춘향전을 관람하고, 지리산 자락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시 곰소항 쪽으로 젓갈과 소금을 살 겸 국도를 따라 천천히 방향을 잡았다. 지나는 산과 들이 정겹다. 산모랭이에 납작 엎드린 집들이 초가집이었으면 싶다. 사람 사는 게 별 것 있느냐는 유행가 가사가 명언 같다.

고창읍성을 들렸다. 읍성(邑城) 바로 앞에서 은은하게 우리 가락이 흘러나와 눈길을 돌리니 바로 신재효(申在孝)선생 고택이다. 우리의 판소리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공헌을 하신 분이다. 대문을 들어서는데 호랑가시나무가 노란 열매를 달고 양옆에 서 있다. 시월 초순이니 이제 막 익어가는 중이다. 이파리에 독특하게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데,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이 잎에 대고 긁는다’하여 또는 잎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하여 호랑가시나무라고 했다는 것이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관목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키는 1~3미터 정도로 가지가 무성하게 나온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모양의 육각형이다.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잎질은 가죽질로 표면은 광택이 난다. 암수딴그루인데 꽃은 4월~5월 사이에 잎겨드랑이에서 산형(傘形) 꽃차례로 하얗게 무리지어 핀다.

열매는 구형(球形)으로 10월경 붉은색으로 익는다. 생긴 특성 때문에 호랑이발톱나무, 묘아자(猫兒刺) 또는 구골목(枸骨木)으로도 부른다. 빨간 열매는 이듬해까지도 달려 있어 정원이나 공원 등에 장식용, 울타리용으로도 많이 심으며, 성탄절에는 장식용으로도 사용한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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