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익은 열매 술로 담가 마시면 근육 쑤실 때 효과

한의 자료에 의하면 잎과 열매, 뿌리를 모두 보익(補益)약으로 이용하는 유익한 나무다. 이파리는 카페인, 사포닌, 탄닌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폐결핵으로 인한 해수(咳嗽)에 차(茶)로 마시면 효과가 있다. 또 지나친 노동으로 인한 기력손실, 허리와 무릎이 연약하여 생기는 통증과 마비에 효능이 있다. 열매는 기가 허약해서 일어나는 발열 증상에 쓰이고, 정력을 높여준다. 뿌리도 많은 일을 해서 일어나는 요통(腰痛), 관절염, 두통 등에 응용된다.

민간요법으로는 이 나무의 효능이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뼈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신경통이나 관절염에 좋다하여 나무 전체를 물에 넣어 달여 마셨다. 또 빨갛게 익은 열매는 겨울철에 따서 술에 담가 두었다가 마시면 근육과 뼈마디가 쑤시며, 온몸이 노곤하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증세에 효과 있어 이용했다.

호랑가시나무는 육각형의 잎 끝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자연적인 교잡종으로 잎이 다른 여러 종류가 있기도 하다. 이 잎을 함부로 만졌다가는 따끔한 일침을 당한다. 옛사람들은 이 나뭇가지를 꺾어서 처마 끝에 매달면 잡귀가 물러간다는 풍속이 있었다. 가시가 성한 엄나무 가지를 대문에 매달에 잡신(雜神)을 쫓던 우리 선조들의 토속신앙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편 가을엔 빨간 열매가 달려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한겨울 눈 속에 묻혀 매달린 빨간 열매는 계절을 잊게 하는 묘한 나무다. 지난겨울 아들 내외와 전주(全州) 한옥마을 나들이에 전동성당을 들렀었다. 울타리의 흰 눈 속에 파묻힌 파란 잎과 빨간 열매의 조화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전북 부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다고 한다. 생태학계에선 이 나무가 추위에 약해 이 지역이 이 나무의 생장 한계선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다. 이 나무를 군락으로 만들어 조경수로서 또 절화재(絶火材)로서도 이용했다 하니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은은한 노랫가락이 계속 들려 대청마루를 보니 댕기머리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창을 배우고 있다. 물론 인형(人形)이다. 불과 이백여 년 전이지만 넉넉한 경제력으로 우리의 소리를 지키려 이렇게 후원하고 이론적 지도자로서도 활동을 했다니 신재효(申在孝) 선생의 공(功)에 머리가 숙여진다. 한 세상 왔다 가면서 두루 좋은 일을 하고 가기가 수월치 않은데 대단한 이 고장의 어른이다.

해가 뉘엿뉘엿 늦은 오후로 넘어간다. 돌아가고자 서둘러 마당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위에 이엉이 가지런하다. 초가집 지붕에 걸맞게 깔끔하다. 갑자기 어린 날 고향집 생각이 퍼뜩 난다. 부엌에서 어머님이 흰 수건을 쓰고 나오실 것 같다.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와 청솔가지 냄새가 그립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