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익은 열매 술로 담가 마시면 근육 쑤실 때 효과
민간요법으로는 이 나무의 효능이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뼈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신경통이나 관절염에 좋다하여 나무 전체를 물에 넣어 달여 마셨다. 또 빨갛게 익은 열매는 겨울철에 따서 술에 담가 두었다가 마시면 근육과 뼈마디가 쑤시며, 온몸이 노곤하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증세에 효과 있어 이용했다.
호랑가시나무는 육각형의 잎 끝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자연적인 교잡종으로 잎이 다른 여러 종류가 있기도 하다. 이 잎을 함부로 만졌다가는 따끔한 일침을 당한다. 옛사람들은 이 나뭇가지를 꺾어서 처마 끝에 매달면 잡귀가 물러간다는 풍속이 있었다. 가시가 성한 엄나무 가지를 대문에 매달에 잡신(雜神)을 쫓던 우리 선조들의 토속신앙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편 가을엔 빨간 열매가 달려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한겨울 눈 속에 묻혀 매달린 빨간 열매는 계절을 잊게 하는 묘한 나무다. 지난겨울 아들 내외와 전주(全州) 한옥마을 나들이에 전동성당을 들렀었다. 울타리의 흰 눈 속에 파묻힌 파란 잎과 빨간 열매의 조화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전북 부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다고 한다. 생태학계에선 이 나무가 추위에 약해 이 지역이 이 나무의 생장 한계선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다. 이 나무를 군락으로 만들어 조경수로서 또 절화재(絶火材)로서도 이용했다 하니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은은한 노랫가락이 계속 들려 대청마루를 보니 댕기머리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창을 배우고 있다. 물론 인형(人形)이다. 불과 이백여 년 전이지만 넉넉한 경제력으로 우리의 소리를 지키려 이렇게 후원하고 이론적 지도자로서도 활동을 했다니 신재효(申在孝) 선생의 공(功)에 머리가 숙여진다. 한 세상 왔다 가면서 두루 좋은 일을 하고 가기가 수월치 않은데 대단한 이 고장의 어른이다.
해가 뉘엿뉘엿 늦은 오후로 넘어간다. 돌아가고자 서둘러 마당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위에 이엉이 가지런하다. 초가집 지붕에 걸맞게 깔끔하다. 갑자기 어린 날 고향집 생각이 퍼뜩 난다. 부엌에서 어머님이 흰 수건을 쓰고 나오실 것 같다.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와 청솔가지 냄새가 그립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