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대전 고속道 등 곳곳서 사고…환경단체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시민의 노력으로 로드킬을 당할 뻔한 야생동물이 구조됐다. 그러나 5년간 1만 건이 넘는 야생동물이 로드킬을 당하는 현실에서 환경단체는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 12일 오후 7시 10분 경. 대전 동구 세천공원 인근 3차선 도로에서 심 모(38) 씨는 도로 한 쪽에 웅크린 물체를 발견하고 급히 차를 세웠다. 자세히 보니 고라니가 오가던 차량에 치인 듯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자칫 고라니가 2차 사고로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에 심 씨는 가던 길을 멈췄다.

이날 심 씨는 2차 사고로 인한 로드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고라니 뒤에 차를 세우고 119에 신고를 했다. 심 씨는 신고를 받은 119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119 구조팀은 동물포획장비를 이용해 신속히 고라니를 구조했고 관할 구청에 고라니를 인계했다. 고라니 구조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 관계자는 “천변 주변에서 사고를 당한 고라니 등을 간간히 구조하고 있다”며 “고라니는 인계과정에서 스트레스나 압박당하게 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구조한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이처럼 도로에서 운좋게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로드킬의 피해를 입는 야생동물의 수가 많은 실정이다. 지난 7월 4일 새벽 대전 외곽 국도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며 멸종위기종 수달이 국도에서 로드킬 추정사고로 생명을 잃는 등 야생동물들이 도로에서 죽는 사고가 빈번하다.

지난 10월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희국 의원(새누리당)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만 819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고라니는 지난 5년 동안 9078마리가 희생돼 가장 많이 죽은 동물로 알려졌다. 너구리(1088마리)와 멧토끼(198마리), 멧돼지(142마리)가 뒤를 이었고 멸종위기 종인 삵도 113마리나 도로에서 생명을 잃었다. 오소리(102마리), 족제비(58마리)도 로드킬의 주요 대상이었다.

도로 노선별로 로드킬은 중앙선과 중부선이 가장 많이 일어났고 그 뒤로 경부선, 당진-대전선, 서해안선 순이었다. 충남 공주IC 부근과 서세종IC 부근은 로드킬이 빈번한 전국 8개 도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5년 간 1만 건이 넘게 일어난 로드킬, 일각에서는 대책 마련을 통해 천연기념물·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한 산하의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재 고속도로 등에 설치되는 에코브릿지는 일부 이동 흔적이 있지만 생명을 배려한 공간은 아니다. 생물이동펜스 등 추가보완장치들이 필요하다”며 “로드킬이 많이 일어나는 구간에 차량 속도제한이나 중앙 가드레일 등에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일부 국도에는 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고 조언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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