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江頭送別(강두송별) -
江風一棹送將歸(강풍일도송장귀)하니,
夾岸桃花亂打衣(협안도화난타의)를.
大醉不知離別苦(대취부지이별고)한데,
夕陽西下轉依依(석양서하전의의)를.
- 강나루에서 송별하다 -
강바람 속 한 척 배에 떠나려는 님 전송하니,
좁은 언덕의 복사꽃 어지러이 옷자락을 치네.
흠뻑 취하고 보니 이별의 고통도 잊어버렸는데,
석양은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지는구나.

◆지은이 정인경(鄭麟卿) : 조선 인조(仁祖) 전후에 생존한 인물
이 시는 이별의 전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었다 하겠다.
술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졌는데, 순기능으로는 자기의 벽을 무너뜨리게 함이다. 그래서 등진 사람과 화해를 하기도 하고, 또 각각으로 흩어진 인심을 한 곳으로 모으기도 한다. 그리고 술은 감정의 흐름에 변화를 주어 기쁨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슬픔을 망각하게도 한다. 이 시의 지은이는 바로 술을 통하여 슬픔을 망각해버린 경우에 해당된다. 그래서 “흠뻑 취하고 보니 이별의 고통도 잊어버렸는데(大醉不知離別苦)”라고 읊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근심을 술로 씻고 살든 이가 바로 이태백(李太白)이다. 그는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주인은 어찌 돈이 없다 말하는고(主人何爲言少錢)./ 내가 술을 사서 그대와 마시리라(且須沽酒對君酌)./ 오화마(五花馬)와 천금구(千金裘)를,/ 아이를 불러 좋은 술과 바꿔오게 하여(呼我將出換美酒),/ 그대와 함께 만고의 근심을 가두리라(與爾同鎖萬古愁).”라 했다. 사실 술은 비단 이태백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였던 것이다.

따스한 봄 언덕의 복사꽃이 흩어지면서 옷자락을 스치는데, 강바람을 맞아 한 척의 배에다 정든 이를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지은이의 마음은 마치 어지러이 흩어지는 저 복사꽃처럼 뒤숭숭했던 것이다. 이에 술을 사서 실컷 들이키고 나니, 감정이 마비되어 이별의 고통을 얼마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취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서산을 바라보니, 때마침 해가 기우는지라 서글픔의 감정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시어(詩語)와 시점(時點)을 적절히 선택하고 배합함으로써, 이별의 아쉬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작품이라 하겠다.

자연에서 비와 구름과 하나되다

- 還淮中(환회중) -
臘月行人四月歸(납월행인사월귀)하니,
江波無恙白鷗飛(강파무양백구비)를.
從今更約魚樵伴(종금갱약어초반)하야
和雨和烟上釣磯(화우화연상조기)를.
- 강호(江湖)로 돌아오다 -
섣달에 떠났다가 사월에 돌아오니,
강 물결은 근심 없는데 갈매기는 한가히 나는구나.
이제부터 어부와 나무꾼을 벗하기로 다짐했기에,
비와 섞이고 구름과 섞여 낚시터로 올라가네.

◆지은이 신익성(申翊聖):1588(선조21)~1644(인조22) 때의 명신(名臣)
산야(山野)에 묻혀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출세의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그렇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시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다 버리고 자연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읊었다는 데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란 작품과 이미지가 비슷한 바가 있다. 그것은 아마 모든 은자(隱者)들의 마음가짐과 생활모습이 모두 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귀거래사'는 도연명이 진(晉)나라 팽택령(彭澤令)의 자리를 사직하고 귀가하여 생활하는 모습을 읊은 작품인데, 그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돌아가야지./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이미 마음을 육체의 종이 되게 했으니,/ 어찌 침울히 홀로 슬퍼만 하고 있으랴. … 고향으로 가는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나아가고/ 바람은 산들산들 옷깃에 불도다.” 여기까지는 도연명이 집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읊었는데, 이 부분은 이 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의 홀가분한 심정과 한가한 강 풍경을 읊은 제1, 2구의 이미지와 상통하고 있다.

특히 이 시의 제4구인 “비와 섞이고 구름과 섞여 낚시터로 올라가네(和雨和烟上釣磯).”는 비와 구름을 통하여 자연과 완벽히 합일된 모습을 읊은 구절이다.
이 시는 전원과 일체가 된 삶을 창의적으로 읊은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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