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여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또한 죽기 전에 무엇인가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은 것이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자식에게 어떤 것을 남겨주느냐에 따라 그 자식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마광’은 ‘황금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주더라도 반드시 그 자손이 다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책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 주더라도 그 자손이 다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하였다.

그러므로 음덕(陰德)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자손을 위한 지혜로운 방법이라 했다. 자손에게 물려줄 재산의 형태로는 재물, 땅 등과 같이 형태가 있는 유형의 재산과 음덕이나 지혜, 기술 등과 같이 형태가 없는 무형의 재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떠한 형태의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 줄 것인가.

▲ 무형의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자식에게 열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주면 열흘밖에 못 먹지만 한 마리의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은 먹을 수 있다’ 하였다. 돈, 재물과 같은 유형의 재산은 열흘밖에 먹을 수 없는 열 마리의 물고기처럼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손에게 아무리 많은 유형의 재산을 남겨주더라도 언젠가는 그 많은 재산도 다 없어지게 된다.

한 마리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자손에게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주는 것과 같다. 이처럼 지혜, 기술과 같은 무형의 재산은 아무리 많이 물려주어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재물과 같이 형체가 있는 유형의 재산은 잃어버리거나 빼앗길 염려가 있지만 지혜나 기술과 같은 무형의 재산은 형체가 없어 누구에게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손에게 무형의 재산을 남겨주는 것이야 말로 평생 가질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삶의 보물인 것이다.

▲ 자손에게 재물이나 사업을 물려주기 전에 능력과 인성을 먼저 길러주어야 한다. 자손에게 물려줄 재물이나 사업이 있는 것은 없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단 그 자손에게 사업이나 재물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그릇과 능력 그리고 겸손, 근검, 절약의 인성을 먼저 길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재물이나 사업은 오히려 그 자손을 망하게 하는 독이 될 것이다. 재벌 3세인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오만한 처신은 사업을 이어받을 능력이나 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 자손에게 유형의 재산인 책을 물려주기보다는 무형의 재산인 책을 읽는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자손에게 책을 물려주는 것은 재물보다 나을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고 읽는 습관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남달리 책을 많이 읽는 자녀들을 보면 그 뒤에는 반드시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자식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자식은 아버지의 앞모습 즉 유형의 재산인 돈을 번 아버지의 앞모습, 출세를 한 아버지의 앞모습을 보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뒷모습 즉 무형의 재산인 아버지의 철학, 인생관, 생활 모습 등을 보고 자라는 것이다. 그러한 아버지의 뒷모습은 어느덧 자식에게 각인되어 훗날 어른이 되면 그대로 닮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비인성적인 처사는 바로 그녀가 평소 그러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음이 아닌가를 연상케 한다. 이런 말이 있다. ‘네 자식이 너에게 불효하는 것은 자식 탓이 아니라 네 부모에게 불효하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였기 때문이니라.'

▲ 돈, 재물과 같은 유형의 재산으로써 남을 위해 베푼다면 돈, 재물은 없어지겠지만 그로 인해 무형의 재산인 덕을 쌓게 되고 그리하여 죽은 후까지 덕의 아름다움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이는 죽은 후에도 자기 몸에 재화를 지니고 다니는 격이니 세상에 이처럼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 한의학 1호 박사인 고(故) 류근철 박사께서는 578억 원 상당의 재산과 의술을 KAIST에 기부하였다. 이는 유형의 재산인 재물을 국가를 위해 베풀어서 무형의 재산인 덕과 이름을 영원히 남겼음이다. 유형의 재산인 돈, 재물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베푼 무형의 재산인 덕이 아름다운 것이요. 유형의 재산인 벼슬자리가 남는 것이 아니라 그 벼슬자리로 베푼 공덕이 남는 것이며, 유형의 재산인 책이 보배가 아니라 그것으로 쌓은 무형의 재산인 지식, 기술, 깨달음이 보배인 것이다.

▲그렇다. 내 자식에게 물려 줄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나의 아버지이다.’라는 말이 자식에게 남겨주는 최고의 유산일 것이다.

<인문교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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