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되돌아보며

올 한해 우리의 정치 모습은 무질서와 불확실성의 모습, 한 마디로 ‘혼돈의 정치’였다 해도 지나침은 아닐 것이다. 끝없는 암흑과 혼돈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135억 년 전 우주(cosmos) 즉 질서가 탄생하였듯이 혼돈 속에서 질서가 탄생되는 것이 우주 만물의 이치다. 올 한해 우리 정치의 혼돈을 새로운 정치 질서 탄생을 위한 필연이었다고 우주적 해석을 해 봄이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한 현실적 문제를 몇 가지 짚어보기로 한다.

▲‘민심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등용하여야 한다.’ 노나라 왕인 ‘애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을 복종하게 할 수 있습니까.’하고 통치술을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거직조저왕즉민복’(擧直鏪諸枉則民服) 즉 ‘곧은 자(올바른 자)를 들어서 굽은 자(올바르지 못한 자)위에 올려놓으면 백성들은 복종합니다. 그러나 굽은 자(올바르지 못한 자)를 곧은 자(올바른 자)위에 올려놓으면 백성들은 복종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통치자가 어떤 인재를 등용하여 쓰느냐에 따라 민심의 복종여부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통치자가 민심의 눈높이에 맞게 인재를 등용하였다면 민심은 따를 것이고 통치자가 민심을 무시하고 통치자 자기 자신의 눈높이에 맞췄다면 민심은 떠날 것이다. 위의 공자와 애공의 대화에서 애공은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 탓을 백성에게 돌린 반면 공자는 오히려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여 쓰지 못한 왕 자신에게 그 잘못이 있다 하였다. 또한 인재를 잘 등용하여 쓰는 것이야 말로 정치의 요체라고 설명한 것이다. 공자의 이 말을 우리 박대통령에게도 하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다산’도 통치자의 덕목을 지인지철(知人之哲) 즉 인재를 등용하는 철학과 용인지혜(用人之慧) 즉 인재를 제자리에 놓고 부릴 줄 아는 지혜라 하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며 통치의 첫 단추가 아니겠는가.

국민과 함께하는 '여민동락' 정치를

▲‘국민과 함께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치이어야 한다.’ 맹자의 정치사상은 백성과 더불어 동고동락하는 ‘여민동락’이다. 즉 백성과 하나 되고 함께 즐기는 정치이다. 맹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제나라 ‘선왕’에게 ‘독락악(獨樂樂) 즉 음악을 혼자만 즐기지 말고 여민락악(與民樂樂) 즉 백성과 더불어 즐기라.’하였다.

이 말은 백성과 함께하는 통치자의 자세와 정치를 비유한 말이라 하겠다. 청와대가 2004년 대통령 제2집무실을 신축하고 명칭을 여민동락에서 따와 ‘여민관’이라 하였는데 과연 지금 청와대는 ‘여민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국민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여민락악’(與民樂樂)의 청와대인지? 아니면 청와대만의 음악을 즐기는 독락악(獨樂樂)의 청와대인지? 청와대 안에서의 흙탕물 튕기는 권력투쟁이야 말로 청와대만의 독락악(獨樂樂)이 아니겠는가. 이 나라의 국회에서도 국민과 함께 부르는 여민락악(與民樂樂)은 들어 볼 수 없고 오직 그들만의 정치싸움의 독락악(獨樂樂)만 귀 따갑게 들려오지 않는가. 아무리 정치논리가 훌륭하고 정치력이 뛰어나더라도 국민을 위한 여민동락의 정치가 아니면 모두가 그들만의 ‘독락악’이요 허상일 뿐이다.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맹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즉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지키기가 어렵다.’하였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을 지킬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다. 또한 맹자는 정치의 요체를 ‘민생’과 ‘도덕’이라 하였고 이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 했다. 윤리와 도덕은 백성들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민생의 안정 없이 윤리와 도덕을 지키라 한다면 백성들은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맹자는 민생이야 말로 왕도정치의 시작이며 민본정치의 요체라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현실은 정치를 위한 정치 앞에 민생을 위한 정치는 항상 서자 취급받고 있으니 언제가 되어야 민생정치가 장자의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정치지도자는 귀와 눈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주역에서 하늘의 재앙인 재(災) 즉 천재지변은 수화(水火)에서 오지만 인간의 재앙인 생(眚)은 이목(耳目)에서 생긴다 하였다. 지도자가 눈이 멀고 귀를 닫아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고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 것에서 재앙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정치지도자는 항상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어 두어야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과거 모든 정치 재앙은 바로 지도자의 이목(耳目)이 닫혀 있었고 소통부재에서 온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 이제 저무는 한해 속에 혼돈의 정치를 보내고 밝아 오는 새해에는 질서의 정치를 간절히 소망해 봄이다.

<인문교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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