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 - 2

민간요법으로는 소염 효과가 좋아서 벌레에 물렸을 때 생즙을 환부에 바르면 나았다. 또한 도깨비바늘 꽃을 따서 술에 담가 먹으면 백반병(白斑病)이 진행되지 않는 효과가 있다. 자료에 의하면 도깨비바늘 꽃에 있는 성분이 항산화 기능, 간(肝)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찮은 잡초지만 아주 유용한 약용식물이다.

ㄴ[도깨비바늘 - 1] 관절염에 소염작용… 황색포도상구균 억제작용도

도깨비는 사전적 의미로 우리나라의 민간 전설에서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잡된 귀신의 하나다. 신통술(神通術)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한다. 어릴 적 그림에서 보았던 도깨비는 사람 형상을 했지만 머리에 뿔이 나고 요술(妖術)을 부리는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소원(所願)을 이루어 준다는 도깨비방망이의 마력에 상상력을 쏟아 부었던 추억이 아련하다. 독특한 씨앗 번식 방법으로 도깨비란 이름이 들어간 재미는 풀이다.

어린 날 정신없이 산이나 들판을 헤매고 나면, 그 씨앗이 어느 틈인가 바지가랭이에 다닥다닥 붙어 떼어내기도 귀찮은 풀이었다. 손으로 털어내기라도 하면 바늘 끝이 살을 찌르기도 한다. 그래서 어릴 적 이 풀을 도둑놈가시로도 불렀다. 씨앗 끄트머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또 그 끝은 갈고리 형태로 생겨 어느 물체든지 닿기만 하면 달라붙는다.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몰래 살며시 다가와 스치는 물건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이동번식을 하니 영리하기 그지없는 식물이다.

하찮은 풀 한포기지만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에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또 그 활용 방법을 배우니 어찌 미물(微物)이라 얕볼 수 있겠는가. 약용식물의 형태와 그 효능을 공부하며 오히려 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비단 도깨비바늘이란 풀에서만은 아니다. 세상 온갖 만물이 존재하는 이치와 그 의미를 인간이 헤아릴 수 있을까 싶다.

자손(子孫)들이 오가는 문상객을 맞느라 바쁘다. 영정 속의 인물도 하나하나 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내려 보며 인사를 한다. 누구도 이 길에서 이 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철 지난 겨울에 도깨비바늘이 울타리 밑에서 수분이 다 빠진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이어갈 생명의 씨앗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영정 속 망인(亡人)의 모습과 자손들의 모습에서도 생명과 생명의 끈을 보게 된다. 이 자리는 바로 그 생명의 씨앗이 전해지는 시간인 셈이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마당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눈발이 거세진다. 도깨비바늘은 그런 날씨에도 제 자리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인내심으로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 새 생명의 보금자리를. 측백나무 너머 뿌연 운무(雲霧) 사이로 아차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소천(召天)하시는 망인의 명복을 빌며 저승에서 또 한 생명의 씨앗이 피어나길 소망해 본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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