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부인병 묘약으로 여성들에 좋은 풀로 알려져

익모초 -1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눈이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소복하게 쌓인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니 간만에 많은 눈이 내린 셈이다. 계단을 내려가며 눈을 치우고 눈가래로 골목길을 밀고 나니 땀이 날 정도로 덥다. 해마다 느끼지만 도심 속 인심이 눈 치우는 것도 인색하다. 눈을 안 치우고 밟아서 다져지면 골목길은 겨우내 빙판길이다. 행길까지 길을 내니 지나기가 한결 낫다.

옥상의 눈을 양지(陽地)로 치우고 봉황정을 보니 눈 천지다. 흰 바탕에 소나무를 그린 듯 푸릇푸릇한 설경이 장관이다. 아침을 먹고 마침 한가한 시간이라 집을 나섰다. 눈길이 빙판이니 모두 펭귄걸음이다. 길목이 반들반들 다져져 등산화를 신었어도 엉금거리며 지난다.
공원에는 흰 눈 위에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깨끗하다. 일부러 공원을 가로 질러 지나친다. 공원길 경계로 아직도 푸른 잎을 지닌 측백나무와 하늘로 솟은 시눗대가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눈꽃을 실은 참빗살나무와 배롱나무 사이에 대나무 종류인 시눗대는 여전히 싱싱한 이파리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변함없이 사철 푸르니 옛 선인들의 눈길을 많이 받았던 나무인 것 같다.

눈 속에 파묻혀 웅크린 나지막한 식물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눈꽃이라 여겨 아름답기보다 애처롭다. 이미 잦아들어 생명을 잃은 것도 있지만 작은 나무들은 혹독한 시절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한 편에 생명은 다했지만 층층이 씨방을 달고 갈색으로 퇴색한 익모초 대궁이 껑충 서 있다. 살살 흔들어 보니 사각거리는 씨앗소리가 난다. 아직 씨앗을 씨방 속에 넣고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 층꽃나무의 꽃이나 열매 형태가 아주 비슷하다.

익모초(益母草)는 꿀풀과의 두해살이풀로 가을에 자연적으로 떨어진 씨앗이 싹을 내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꽃을 피워 결실을 맺는 풀이다. 줄기는 사각형으로 흰털이 있고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데 꽃이 필 때는 길쭉하게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촘촘히 달려 핀다. 꽃받침은 바늘처럼 뾰족하게 갈라진다. 열매는 9월에 익으며 꽃받침 속에 까만 형태의 씨앗이 들어있다. 인가(人家) 주변의 밭둑이나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다. 다르게는 암눈비앗이라 불리는 이름이 좀 독특한 풀이다.

익모초(益母草)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란 뜻을 가진 식물이다. 옛날부터 선조들은 이 풀을 부인병의 묘약(妙藥)으로 여성들에게 좋은 풀이라 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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