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찧어 즙으로 짜서 복용…씨앗도 약재로 사용

한의 자료에 의하면 이 풀의 지상부를 여름철에 잎이 무성할 때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약재로 썼다. 자궁 흥분, 혈압 강하, 이뇨 등의 약리작용이 있다. 부인과 질환에 상용(常用)하는 약물로 생리가 없을 때, 생리통, 생리조절작용이 뛰어나다. 산후에 출혈이 있거나 복통이 있을 때 효과가 있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사용한다. 특히 부인의 자궁(子宮) 염증으로 인한 냉증(冷症)에 요긴하게 쓰였다.
민간요법으로는 여름철 더위를 먹어 식욕부진으로 입맛이 없을 때 즙(汁)을 내어 먹으면 건위제로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한편 익모초의 대용품(代用品)으로 그 씨앗을 가을에 채취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익모초보다는 그 효력이 약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녀의 혈증(血症)에 응용된다.
어린 날 뒤켠 장독대 돌팍에다 익모초를 찧어 삼베에 짜서 마시던 어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짓푸른 녹색의 즙을 찡그리며 마시던 모습,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어머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아직도 도심 속에서 조금만 틈만 있어도 뿌리를 내려 흔하게 볼 수 있는 익모초는 우리의 주변에 억척같은 생명력으로 힘차게 살아간다. 도심의 익모초는 그냥 풀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에겐 좋은 약초로서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지금은 누가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를 기억해 줄 것인가. 한 겨울에 퇴색해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익모초에게 동정(同情)이 간다.

아직도 익모초는 가는 줄기의 층층마디 위에 씨앗을 담고 껑충하게 서 있다. 그 종자를 내려놔야 싹을 틔울 것인데 누군가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나를 기다린 것인가? 엄동(嚴冬)에 씨를 내놔도 땅속에서 씨앗을 뿌리 내릴 작업을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내년에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마른 줄기를 꺾어 이리저리 흔들어 뿌려 주었다. 까만 씨앗이 눈 위에 흔적을 보인다. 그래도 익모초 종자는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는 제 영역을 더 넓게 펼쳐갈 것이다. 어린 날 고향 장독대에서 만났던 그 익모초와 다를 게 없는 풀, 지금은 어머니 대신 내가 익모초를 기억하고 있다.

엊저녁에 내린 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다져져서 반들반들하다. 시골같이 눈가래라도 있어 밀어줄 이가 전혀 없다. 자동차 타이어 자국만 밟고 나만 지나가면 그만이다. 이게 도시의 인심이다. 길이 미끄러워서 깊은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는데, 집 옆의 공원울타리에 말라빠진 익모촛대가 마음속을 헤집는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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