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상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세시 풍속 ‘설’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여려가지 자료를 참고로 하였음)

▲‘설’은 순수 우리말이다. ‘설’이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1.‘서럽다.’의 ‘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 선조 때 작가 이수광의 ‘여지승람’에 보면 설날이 달도일(怛忉日)로 표기되어 있다. 달도(怛忉)는 슬프고 애달파 서럽다는 뜻으로서 ‘서럽다’에서 ‘설’이 되었다. 설을 ‘서럽다.’라는 뜻의 ‘설’이라 한 것은 일반백성들이 추위와 가난 속에서 맞는 명절에 대한 서러움을 나타낸 말이 아닌가 한다. 2.‘사리다’의 ‘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 ‘사리다’는 말은 삼가고 조심한다는 뜻이다.

‘설’을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으로 신일(愼日)이라 하였다.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을 삼가고 조심하여 새해 첫 시작을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이라 하겠다. 3.나이를 뜻하는 ‘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 4.‘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되면 다소 익숙지 못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새해 첫날을 ‘낯선 날’ ‘설은 날’로 여기게 되고 그 ‘설은 날’이 점차 ‘설날’로 굳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5.‘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서는 날’이라는 뜻의 선날(立日)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說)

▲우리나라에서 설맞이 행사를 시작한 때는 삼국시대부터였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있다. 그 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설을 4대 명절로서 지내왔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음력설을 없애고 양력 1월 1일을 공식적인 양력설로 지정했다. 이러한 정책은 광복 후에도 이어져 음력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1985년에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지정하고 그 날을 휴무일로 정하였다. 그러다가 1989년에 비로소 음력설을 ‘설’이라 명명하고 3일간 휴무일로 정하여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1989년 이후에야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설’의 기간은 원래 한해의 기운이 바뀌는 동지로부터 설날을 정점으로 하여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과 정월 대보름까지를 말한다.

▲옛날에는 작은설을 ‘아치 설’이라 했다. ‘아치’는 ‘작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치’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뀌어 ‘아치 설’이 ‘까치설’로 되었다는 것이다. (서정범 교수의 주장) 그러니까 ‘까치까치 설날’…하는 동요속의 그 ‘까치’와는 뜻이 전혀 다른 것이다. 옛날에는 섣달 그믐날에 아치설이라고 하는 작은설을 지내고 또 정월초하루에도 설을 지냈다. 그렇다고 설 차례를 실제로 따로 두 번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설날인 섣달 그믐날 밤 해시(亥時)에 진설을 해 놓고 차례의 일부 순서만 지내고 자정이 넘기를 기다렸다가 자정이 넘으면, 즉 해를 넘기고 나서 그 차례 상에서 그대로 나머지 순서대로 정월초하루 설 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2번차례를 지내지 않고도 작은설과 정월초하루 설을 모두 지내는 것이 되니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겠다.

▲설날에도 축(祝)을 읽어야 한다. 대개는 제사 때만 축을 읽고 설이나 한가위 차례 때는 축을 생략한다. 그러나 축은 조상의 영혼과 자손의 정신이 서로 감응하게 하는 빼 놓을 수 없는 의식(儀式)이다. 만약 축이 없다면 조상과 자손의 소통이 없는 벙어리 제사나 차례가 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축문을 써서 조상께 고(告)하는 의식은 제사나 차례에 꼭 필요하다 하겠다. 지금 쓰고 있는 유세차(維世次)…하는 한자 축문은 중국의 주자가례(朱子家禮)를 우리가 수입해다 쓰고 있는 꼴이다. 그러므로 축문도 이제는 우리시대 형편에 맞게 누구나 알 수 있는 한글로 쓰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자축문의 내용이나 형식에 구애될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한글문체로서 6하 원칙(언제,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로, 무엇을……)에 유사한 내용을 담아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과 집안 대소사나 소망을 비는 내용을 써서 고하면 될 것이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 버리고 하얗고 뽀얗게 새롭게 태어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가래떡처럼 재산을 죽 늘려가라는 뜻으로 가래떡을 쓰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이란 속담도 당시 귀족이 아니면 떡국이나 만둣국에 꿩고기를 넣을 수 없었기에 대신 닭고기를 넣은 데서 온 말이다.

▲그렇다. 공자께서는 제여재(祭如在)라 하였다. 즉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는 마치 조상이 살아서 앞에 계신 듯이 공경스럽고 엄숙하게 모셔야 할 것이다.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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