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이는 잡초 같지만 광대나물은 봄을 알리는 봄나물이다. 추우면 땅바닥에 엎드려 견디다가 이른 봄이면 몸을 일으켜 서로 몸을 기대고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연분홍 꽃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서 있는 모습은 봄맞이 하는 사람에게 손짓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과 줄기를 둘러싼 이파리의 모습이 광대들의 복장과 비슷하다 해서 광대나물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으로 꽃모양이 코딱지 같다고 하여 시골에서는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불렀다.

작고 흔해서 주목을 못 받을 지 모르지만 가까이 보면 까슬까슬한 꽃봉오리에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꽃잎의 생김새는 환상적일 정도로 화려하다. 자색과 흰색, 분홍색이 어우러진 모양과 색깔의 조화를 사람인들 흉내 낼 수 있을까 싶다.

자료에 의하면 이 광대나물도 약용했던 식물이다. 여름에 지상부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보개초(寶蓋草)라 하여 약재로 사용했다. 풍(風)을 없애고 경락(經絡)을 잘 통하게 하며 종기를 삭이고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또한 뼈와 근육이 아프고 팔다리의 감각이 둔할 때, 타박상, 골절상과 어혈동통(疼痛)을 낫게 한다.

민간에서는 광대나물 고유의 독특한 향기와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로 인기가 있었다. 또한 여름철 전초를 뜯어다가 말려서 달여 마시면 뼈에 좋다고 했다. 또 지혈효과가 있어 코피를 막는 데 사용했고, 근육통, 타박상, 혈액순환에도 이용했다. 그리고 꽃에는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하기도 했다.

봄철 밭 가장자리에 빽빽하게 자라는 광대나물은 농사일을 하는 사람에겐 귀찮은 존재다. 이 풀의 생태가 특이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광대나물이 군락을 이루며 많은 개체수로 자라는 데는 별난 꽃가루받이에 있다. 식물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 벌 등 곤충을 이용한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받이인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광대나물은 곤충의 활동이 없는 추운 날에도 꽃을 피워서인지 꽃부리가 열리지 않고도 암술과 수술이 성숙해 자화수분(自花受粉)에 의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수정이 끝나고 열매가 익으면 개미가 광대나물을 찾는다고 한다. 씨앗에는 향기가 나는 물질이 있어 개미가 이것을 좋아한다. 개미가 그 씨앗을 물고 옮기는 도중에 여러 곳으로 떨어뜨려 그 곳에서 광대나물은 다시 싹을 틔우고 군락을 이루며 번져가는 것이다. 개미집 주변에 이 나물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자연과의 어울림이 절묘한 느낌을 준다.

나름대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지혜로 생명을 잇고 자손을 이어가는 풀이 대견하다. 사람에 견주어 하찮은 잡초지만 이 자연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생명이다. 쓸쓸한 화단의 귀퉁이에서 한 겨울을 지내고 있으니 우리 식구인 셈이다. 식물도감을 보니 광대나물의 꽃말이‘그리운 봄’이다. 입춘(立春)이 지난 지도 벌써 한참이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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