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10㎚(나노미터) 이하로 얇고 유연하게 휘어지면서도 균일한 두께를 유지하는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사물인터넷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다.

KAIST 생명공학과 임성갑 교수와 전기및전자공학과 유승협·조병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을 이용해 고분자 절연막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인 웨어러블, 플렉서블 기술을 촉진하기 위해선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은 유연 전자소자 제작기술이 필수적인데 무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절연막 등 전자소자 재료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고온에서만 공정이 가능해 열에 약한 다른 재료들과 조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 용액을 이용해 만든 기존 고분자 소재 절연막은 표면장력에 의한 뭉침 현상으로 균일도가 떨어지고 잔류 불순물로 인해 절연 특성도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기체 상태의 반응물로 고분자를 박막 형태로 합성하는 iCVD를 이용해 이 같은 문제를 풀어냈다. 용매나 첨가제를 필요로 하는 기존 고분자 합성방식과 달리 iCVD는 기체 상태의 반응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균일도가 높고 불순물을 최소화한 고분자를 쉽게 합성할 수 있다. 또 낮은 공정 온도로 인해 종이와 같은 화학적·물리적 자극에 약한 물질 위에도 고분자를 도포할 수 있어 10㎚ 이하의 얇은 두께에서도 무기물 기반 소재와 비슷한 수준의 절연성을 갖출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이 절연막을 유기반도체, 그래핀, 산화물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에도 적용해 우수한 이동도를 갖는 저전압 트랜지스터도 개발했다. 임 교수는 “iCVD로 개발한 박막의 절연특성은 기존 고분자 박막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플렉서블 전자소자 등 미래형 전자 기술에 핵심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3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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