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증상 완화·각종 세균억제효과
민간요법에선 두드러기 ·두통 ·여드름 ·기미에도 활용

한의(韓醫)자료에 의하면 구릿대는 가을에 잎이 누렇게 변할 때 채취한 뿌리를 백지(白芷)라 하여 약재로 쓴다. 이 약물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을 상승시키고, 각종 세균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감기로 인한 두통, 코막힘, 콧물이 나오는 증상을 다스리고, 특히 축농증으로 인한 두통(頭痛)에 효과가 좋다. 또 풍한습(風寒濕)이 원인이 되어 생긴 사지마비(四肢痲痺), 안질환(眼疾患), 부인의 대하(帶下)에 효능이 있고, 소염, 배농(排膿)작용이 있어 종독(腫毒), 피부궤양에도 활용된다.

민간요법으로 두드러기에 뿌리와 잎을 채취하여 물에 달인 것을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머리가 늘 아프고 정신이 맑지 못할 때 뿌리를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었다. 또한 전통화장품으로 구릿대의 뿌리를 가루 내어 사용하면 얼굴을 곱게 하는 기능이 있었다. 주름살, 여드름, 기미, 미백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구릿대는 한 여름 시냇가나 산지의 습한 곳에서 굵은 대궁을 올리고 독특하게 자색줄기를 내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풀에 비해 사람 키 이상으로 커다랗고 왕성한 이파리를 펼치고 서 있어서 금새 눈에 띤다. 특히나 잎을 내밀기 위해 잎 집에 쌓인 울퉁불퉁한 모습은 마치 무슨 열매가 달린 형태다. 그래서 이 풀을 식별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줄기 속이 구멍이 난 형태로 비어 있는데, 그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퉁소대로 불리기도 한다.

산책을 생략하고 자동차로 달려온 길이라 길 막바지까지 올라온 셈이다. 황량한 겨울 골짜기에 벌거벗은 나뭇가지만 열을 지어 있고 그 아래 색 바랜 나뭇잎이 수북하게 깔려 있다. 뭐하나 눈 맞춤할만한 대상이 없다. 차갑지만 간간히 부는 맑은 공기가 좋을 뿐이다. 지금은 퇴색해 삭막하지만 이들은 봄을 기다리며 푸른 꿈을 꾸고, 그런 푸르름의 향연을 땅 속에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도랑물의 맑고 졸졸거리는 소리가 정겨워 냇물로 다가갔다가 억새풀 사이에 서 있는 구릿대를 만났다. 억새풀 역시 누런 줄기와 이파리를 가늘게 떨며 찬바람을 맞고 있다. 억새꽃은 다 날리고 줄기만 남은 꽃대를 세우고 있다. 주변의 모든 풀도 그렇고 껑충한 이 풀도 형체가 퇴색해 사그라진 모습이다. 그 아래 얄팍하게 깔린 눈이 겨울정취를 더해준다.

자연의 순환법칙이 그러하듯 사람이나 풀이나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나고지고를 거듭할 뿐이다. 다만 시간의 싸이클이 풀에 비해 인간이 좀 더 길 뿐이다. 엊그제 퇴직을 한 친구의 얼굴에 수심(愁心)이 가득하다. 뭐라 위로해 줄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지금 앞에 보이는 풍경(風景)이 모든 걸 가르쳐주는 스승인 것 같아서다. 임시로 지어놓은 사찰에서 들리는 풍경(風磬)소리가 은은하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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