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총장

3월은 각 학교가 새롭게 출발하는 달이다. 캠퍼스마다 ‘신선하다’, ‘새롭다’는 뜻의 freshman(신입생)들이 넘쳐나고 기존 학생들도 한 학년씩 진급이 돼 새로운 선생님한테 새로운 과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새롭다, 신선하다, 새 출발 한다, 기대된다’ 이런 말들이 이달의 화두일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내용이 바뀌었으면 형식도 새로워져야 하고, 형식이 바뀌었으면 내용 또한 그에 걸맞게 혁신돼야 할 것이다. 우선 새 학년 새 학기에 즈음해 우리의 각오와 소망을 들어보기로 하자.

이채 시인이 쓴 ‘3월에 꿈꾸는 사랑’ 은 이러하다. “꿈을 꾸고 / 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 / 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 // 소망의 꽃씨를 심어둔 / 삶의 뜨락에 / 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 // 하얀 언덕을 걸어 / 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 당신이 참아낸 / 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 // 고운 바람에게 / 따스한 햇살에게 / 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 /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 // 사랑한다는 말은 / 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 / 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 // 감사하다는 말은 / 심연의 맑은 물소리 / 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 // 행복의 뜰이 / 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 / 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 갈게요 / 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이미 입춘(立春)을 맞이할 때 축복과 기원을 담은 입춘 첩지를 대문이나 거실에 붙였을 것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은 초등학생도 외우는 기원문이고 좀 더 나가면 開門萬福來(문 열고 보니 만 복이 들어오고) 掃地黃金出(청소하고 나니 황금이 솟아나네)도 있다. 大覺國師는 ‘스스로 경계함’ (自誡)이란 시를 통해 세월을 허송하지 않도록 권계를 주고 있다. “유유무정지(悠悠無定志 / 한가로이 살면서 큰 뜻을 세우지 않고) 불긍석광음(不肯惜光陰 / 조그마한 시간도 아끼려 하지 않네) 수왈공경론(雖曰攻經論 / 말로는 경전과 논문을 공부한다 하지만) 영지목면장(寧知目面墻 / 담장만 보고서 있는 어리석음을 어찌하오리까)” 이제 새해 그리고 새 학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자.

투자한 시간과 노력보다 산출된 결과가 훨씬 더 풍요롭고 고급스럽도록 잘 관리하자. 최소경비로 최대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혜와 근면과 정진이 필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인물로 1만 4000여 편의 논문을 썼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등 15점 내외만 남아있다. 이것들은 어떤 사람의 작품보다 탁월하다. 왜냐하면 ‘완벽에의 충동’이 충만하게 스며들어 꿈틀대기 때문이다. 생전에 그는 “나는 쇠붙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면도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다짐했다. 가브리엘 히터도 ‘부모의 기도’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주여! 내 아들(딸)을 세우사 약할 때 약한 줄 아는 힘을 주시며, 두려울 때 꿋꿋이 서는 용기를 주소서! 패(敗)할 때 고개를 들며, 이겼을 때 겸손하며 온유하게 하소서! 주여 내 아들(딸)을 기르사 안일하고 향락하는 길로 들어가게 하지 마시고, 곤란과 싸워서 이기는 자가 되게 하시며 광풍 속에서도 혼자 설 수 있게 하시고, 넘어지는 자를 헤아려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孟子의 ‘대장부론’도 권할 만하다. “천하의 넓은 곳에 몸을 두고, 천하의 바른 위치에 서 있으며, 천하의 큰길(大路)을 걷는다.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들과 그 길을 함께 가고(與民同樂), 뜻을 얻지 못했을 때엔 혼자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부귀(富貴)를 가지고도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 수 없고, 가난과 천대로도 그의 마음을 바꿔 놓을 수 없으며, 위세와 폭력으로도 그의 지조(志操)를 꺾어놓지 못한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대장부’라고 한다.

老子는 성공한 사람을 물에 비유하며 최선의 상태는 물처럼 사는 것(上善若水)이라 했다. 그가 말하는 물의 6덕(德)은 ①어떤 그릇에도 담을 수 있는 융통성 ②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겸손 ③막히면 돌아서 흘러가는 지혜 ④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 ⑤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包容力) ⑥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大意)라고 말했다. 그렇다. 바다 같은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옛사람도 智者樂水 仁者樂山(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 하여 산 같은 사람과 바다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산을 오르고 바다를 헤엄치며 호연지기를 기르는 새봄의 새 학년에 새로운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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