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세브란스병원 뇌 변이 유전자 규명…맞춤 치료법 임상시험 추진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은 세브란스병원 김동석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간질 발작)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인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뇌전증은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주요 뇌질환이다. 이 중 70%가량은 약물로 발작 조절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30%는 어떤 약물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 난치성이다.

기존 뇌전증 치료제는 동물실험에서 특정 물질이나 전기 자극을 주고난 뒤 약물을 투여해 증상이 완화되면 치료제로 승인받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실험의 방향과 다른 원인의 뇌전증이 발병하면 약물 치료제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약물 치료 효과가 없어 간질 수술을 받은 환자 77명의 뇌 유전체 정보와 임상자료를 분석해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을 밝혀냈다. 분석 결과 16%의 환자는 마치 백설기 안의 건포도처럼 뇌의 특정 부위에만 돌연변이가 존재하고 나머지 신체 부위는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뇌의 특이적 변이 유전자임을 규명했다.

이는 선천적으로 몸 전체에 돌연변이가 분포해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킨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뇌에만 돌연변이가 발생해 뇌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가 같은 형태의 돌연변이를 실험용 쥐에 주입한 뒤 유전 변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법도 개발해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맞춤형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3월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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