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통풍에 효과 …야구방망이도 만들어

한의 자료에 의하면 물푸레나뭇과에 속한 물푸레나무, 쇠물푸레, 들메나무 등 동속(同屬) 식물의 가지 및 줄기 껍질을 약용한다. 봄이나 가을에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진피(秦皮) 또는 진백피(秦白皮)라 하여 약재로 쓴다. 소염, 진통작용, 뇨산(尿酸)의 배설을 촉진, 진해, 거담작용이 현저하고, 황색포도상구균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그 효능으로는 세균성 이질(痢疾), 여성의 대하증에 약용하면 효과가 높다. 만성기관지염, 간열(肝熱)로 인한 눈의 다래끼, 눈의 충혈에 달여서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민간요법으로 물푸레나무는 선조들에게 눈병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었다. 눈의 충혈, 결막염 등 일체의 눈병에 이 나무껍질의 달인 물로 씻으면 효과가 있었다. 눈이 침침하고 어두울 때 이용하면 시력도 좋아지고 눈병의 예방에도 좋았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동의보감]에는‘나무를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서서 시리고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또한 통풍(痛風)에도 나무 달인 물로 찜질을 하면 잘 나았다.

물푸레나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뭇가지나 껍질 또는 나무 태운 재를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르게 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재를 염료(染料)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산속에 사는 스님들의 옷을 이 잿물로 염색했다고 한다. 그러면 색이 바래지도 않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래선지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면 천 년을 지나도 변치 않는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는 전국의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나무다.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 하여 수청목(水靑木)으로도 불린다. 나무질이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 옛날에 농기구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농촌에서 수확철에 곡식의 낟알을 떠는 데 쓰인 도리깨에 쓰인 나무가 바로 물푸레나무다. 그밖에 소의 코뚜레나 도끼자루 등의 농기구에 사용했다. 나무의 질이 단단한 특성을 이용한 선조들의 지혜다. 오늘날엔 운동기구인 야구방망이가 이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겨울에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서 물푸레나무를 발견하는 것은 쉽다. 나무껍질이 군데군데 하얗게 변하기 때문이다. 한 여름이면 산을 찾는 이에게 시원한 그늘을 주고 푸른 이파리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 줄 것이다. 어느 작가는 이 물푸레나무를 이렇게 읊었다. ‘제 몸을 다듬어 옷칠로 단장을 한 후, 제기(祭器)로 태어나 후손을 찾는 영혼들의 배를 불려주고, 발우(鉢盂)로 태어나 선승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며, 타고 남은 재는 옷자락을 푸르스름한 잿빛으로 물들인 후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 타고 남은 영혼까지도 다 주고 떠난다.’고.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매콤하다. 눈발도 잦아들어 얼음 위에 흔적만 남기고 그쳤다. 개울을 따라 내려오는 길옆의 나무 군락에서 희끄므레한 나무줄기의 물푸레나무를 우연히 봤다. 그냥 스쳐 지나쳤지만 무늬모습이 마음에 잔상(殘像)으로 남는다. 흔하고 그저 보통의 나무들과 다름없지만 하나하나 새겨보면 보통 이상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자연은 사람과 교감하며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데 우리는 무심하기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느릿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지낸 평일의 망중한(忙中閑)이 그저 편안하고 여유롭다. 행복한 하루였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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