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카메라필름 현상 원리 이용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이 카메라 필름을 현상하는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3차원 미세패턴을 제조할 수 있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3차원 형상을 구현할 수 있는 포토리소그래피는 빛을 노출해 원하는 상을 얻는 필름 카메라의 원리와 유사하다. 감광물질을 원판에 바르고 자외선을 노출시켜 빛을 받은 부분만 굳게 만든 뒤 나머지 부분은 깎아내는 방식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등 미세패턴을 다루는 대부분의 산업공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기존 공정은 자외선이 항상 수직방향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빛의 노출 방향에 따라 형성되는 미세패턴이 2차원으로만 제조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3차원 패턴 제조를 위해 산소를 사용했다. 산소는 일반적으로 빛을 이용한 중합반응에서 물질이 굳는 경화작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팀은 이 특성을 역으로 이용했다.

일부 영역에만 자외선을 노출하면 그 부분만 산소 농도가 감소되고 나머지 영역의 농도는 유지되는데 이러한 농도 차이로 인해 산소가 자외선 노출영역으로 확산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기존에는 동일한 속도로 발생한 경화작용이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다. 물질의 형성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패턴의 모양이 다양해지고 확산 방향과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면 3차원 형상 패턴 제작도 가능하다.

이 기술을 연속적으로 융합해 사용하면 더욱 복잡한 형상과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자기장을 이용한 의료용 패치와 온도에 따라 팽창·수축하는 필름, 물과 기름에 젖지 않는 표면, 전자기기 광학소자 등 3차원 미세패턴과 미세입자로 구현할 수 있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은 미세형상 제어와 대량생산이 어려운 반면 이 기술은 3차원 미세패턴을 양산할 수 있다”며 “포토리소그래피 장비는 산업계에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2013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양승만 전 KAIST 생명화학과 교수에 헌정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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