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聞義兵將安重根報國讐事(문의병장안중근보국수사) -
平安壯士目雙張(평안장사목쌍장)하야
快殺邦讐似殺羊(쾌살방수사살양)을.
未死得聞消息好(미사득문소식호)하니,
狂歌亂舞菊花傍(광가난무국화방)을.
- 의병장 안중근(安重根)이 나라의 원수를 갚았다는 소식을 듣고 -
평안도 장사(壯士) 두 눈을 부릅뜨고서
나라의 원수를 양 새끼 죽이듯 해치웠도다.
내 죽기 전에 이처럼 좋은 소식 들었으니,
국화 곁에서 미친 듯 노래하고 마음껏 춤추네.

◆지은이 김택영(金澤榮): 1850(철종1)~1927년 간의 문인(文人).
이 시는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이등박문(伊藤博文) 저격 소식을 듣고 지은 시로, 당시 모든 조선인의 정서가 잘 담긴 작품이라 하겠다.
조선 말기 일제의 침략 야욕이 노골화 되어갈 때, 조정은 대응할 힘이 없었다. 다만 초야의 유림(儒林)과 백성들이 글로써 또는 몸으로써 일제에 항거했다. 그들의 항거는 결사적이었는데, 그들이 울분을 토로하며 지은 시를 ‘우국시(憂國詩)’라 하고, 무기를 들고나선 이들을 ‘의사’라 한다.

이들에게는 비현실적 관념의 세계에 매몰될 여지가 없었다. 오직 현실을 적극적으로 타개해나가기 위한 각오와 행동뿐이었다.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의 의인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 중 안중근 의사는 몇 만의 군사로도 처치하기 어려운 조선 침략의 최대 원흉인 이등박문을 한 자루의 권총으로 사살하여 조선인의 울분을 일시에 풀어주었다. 지은이도 이 소식을 전해듣고서 이 시를 짓게 되었다.

이 시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평안도 장사(壯士)’라 했으나, 실제로 황해도에서 태어났었다. 제2구에서 “나라의 원수를 양 새끼 죽이듯 해치웠도다.”란 말로 이등박문에 대한 적개심을 거침없이 토로함과 동시에 안중근 의사의 용맹을 한껏 부각을 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국화 곁에서 미친 듯 노래하고 마음껏 춤을 추네.”라 하여, 지조의 꽃인 국화 곁에서 울분을 훌훌 털어 버리는 모습을 읊었다.
이 시는 감정의 절제가 아니라 도리어 감정을 여과 없이 폭발시킴으로써, 감상자의 감정을 지은이의 감정과 걸림 없이 동조케 했다.
 

조선 말엽 충무공 같은 영웅 출현을 갈망함

- 牙山過忠武公墓(아산과충무공묘) -
元帥精忠四海知(원수정충사해지)하니,
我來重讀墓前碑(아래중독묘전비)를.
西風一夕松濤冷(서풍일석송도랭)하니,
猶似閑山破賊時(유사한산파적시)를.

- 아산(牙山)에서 충무공의 묘소를 지나가다 -
대장군의 충정(忠情)은 온 세상이 다 아나니,
홀로 묘소를 찾아 몇 번이나 비문을 읽어본다.
서풍(西風) 부는 저녁에 소나무 소리 차가우니,
마치 한산도에서 왜적 쳐부술 때 소리 같구나.

◆지은이 이건창(李建昌): 1852(철종3)~1898(광무2) 년 간의 시인.
이 시는 일본에 의해 망해 가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시점에서, 충무공 같은 영웅이 다시 출현했으면 하는 소망을 읊은 작품이다.
지은이는 호가 영재(寧齋)로 참판(參判) 벼슬을 지냈다. 그는 관리로서보다는 문인(文人)으로서 이름을 더 떨쳐, 김택영(金澤榮)·황현(黃玹)과 함께 조선말기의 대표적 문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을사늑약(乙巳勒約)이나 경술국치(庚戌國恥) 등 국운에 치명타를 가한 사건이 있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개화기와 을미사변(乙未事變) 등을 겪으면서 일본에 의해 국운이 기울게 될 것임을 직감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충무공의 묘를 찾아가 근심스런 감회를 읊었던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충신·명장이다. 지은이는 망국의 시운(時運)을 만나 그 옛날 남해 바다에서 왜적들을 몰살시켰던 충무공의 묘소를 찾았던 것이다. 이 내용을 제1구와 제2구에서 읊고 있다. 제3구에서는 서풍(西風)·일석(一夕)·송도(松濤)·냉(冷)이란 시어를 배합하여 차갑고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그리고 끝구에서 “마치 한산도에서 왜적 쳐부술 때 소리 같구나.”라 하여, 차갑고 삼엄한 분위기는 한산도(閑山島)에서 왜적을 쳐부술 때의 그 분위기와 같다고 했다.

무심히 넘겨버릴 수 있는 주변 분위기를 한산도에서 왜적을 칠 때의 상황과 연결해서 읊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충무공 같은 영웅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는 지은이의 심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우국시(憂國詩)로서 나라에 대한 근심을 자연환경과 역사적 사실을 매듭 없이 배합하여 읊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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