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냉증 치료 물론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

자료에 의하면 노박덩굴의 줄기를 남사등(南蛇藤)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약성은 맵고 따뜻하다. 풍습(風濕)을 없애 근육과 골격의 동통(疼痛)이나 사지마비를 치료한다. 어린 아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는 만경풍(慢驚風), 이질 등에 효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종자에는 지방유가 많은데 그 기름은 정신(精神)안정 작용과 혈압강하 등의 약리작용이 있다.

민간요법으로는 잘 익은 열매를 따서 그늘에 말려 살짝 볶은 다음 부드럽게 가루 내어 복용하면 여성의 생리통, 냉증(冷症) 치료에 효과가 있다. 한편 줄기를 가을에 채취해서 물에 달여 마시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재다. 민간요법의 자료에 보면 뿌리, 열매, 줄기, 잎 등을 모두 약용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선인들이 많이 활용했던 나무였던 것 같다.

가끔 시골마을의 돌담에서 노박덩굴이 담자락을 덮어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집 울타리가 아니더라도 밭 가장자리에서 노박덩굴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돌로 담을 쌓아놓은 곳에서는 돌담이 허물지지 않도록 가지를 뻗어 끌어안은 모습이다. 마치 칡덩굴이 칭칭 감은 형태다.

큰 줄기가 마디마디 각도를 약간씩 달리하며 꺾어져 뻗어나간 모습이 독특하다. 그 모습이 마치 뱀이 담 위를 기어가는 듯한 착각을 갖게도 한다. 그래서 남사등(南蛇藤)이란 이름이 붙었지 싶다.
가을이 좀더 깊어지면 노란열매가 다닥다닥 붙어 눈을 즐겁게 해 주는데, 노란 열매의 껍질이 벗겨지며 새빨간 열매가 다시 나타난다. 누구 말마따나 빨간 꼬마전구가 복잡한 전선을 따라 켜진 형상이다. 이 빨간 열매는 겨울 초입까지 매달려 산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가을이면 구절초와 들국화들 사이에서 노랗고 빨간 열매로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며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그래서 꽃꽂이에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산을 내려가는 길이 미끄럽지만 발걸음에 맞춰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리듬이 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몸도 가볍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걷는 산행이 뿌듯하고 아직은 두 다리가 건강하다는 자부심도 갖게 한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빈 껍질을 달고 퇴색한 노박덩굴 열매가 뜻밖이었지만 반갑다. 남들은 스쳐 그냥 지나치지만 하찮은 나무의 열매를 보고 그 모습에서 긴 이야기를 독백하며 나홀로 즐긴다. 내가 알 수 있는 풀, 나무들을 알아보고 교감하는 것이 또다른 산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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