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완주 후 1만원 기부하면
후원업체서 1만원 더 기부해
중증장애아동 위한 마음 안고
지역민 1000여 명 함께 달려

19일 엑스포 다리 밑에서 열린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4·19 기적의 마라톤에 참가한 이효정·이채민 부녀. 정관묵 기자

보슬보슬 내린 비가 촉촉이 바닥을 적신 19일 오후 1시 20분.

하얀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과 엑스포 다리 밑에서 웃음꽃을 날리고 있다. 곧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들의 등과 유모차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4·19 기적의 마라톤’이란 문구가 붙어있다. 5㎞를 완주하고 1만 원을 기부하면 건립기금 후원업체에서 플러스 1만 원을 기부하기 때문에 출발선에 위치한 지역민의 심장소리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건우와 다인이, 시율이, 태경이, 화영이, 채민이 등은 중중장애를 갖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밖을 나서는 건 단순히 외출의 개념이 아니다. 혼자선 걸을 수 없으며 몸에 이상이 언제 올지 모르는 불안감이 항시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을 비롯해 국내에선 이러한 아이들을 치료할 시설이 부족해 늘 대기하기 일쑤고, 장기간 입원을 할 수 없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중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지난해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엔 각자의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리가 됐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아이들이 맘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전에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전어린이재활병원 시민추진모임을 만들고 함께 뛰기로 마음먹었다. 80여 명으로 시작한 첫 걸음이 지역민과 만나 1000여 명이 함께하는 물결이 됐다. 아이들에겐 봄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싱그러움을, 시민들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절실함에 동참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비로 인해 시야가 방해되는 것도, 신발이 젖는 것도, 땀으로 옷을 버리는 것도 이들의 간절한 염원엔 방해요소가 되지 못했다. 함께란 힘으로 출발선을 나선 이들은 한 시간 가량 뒤에 하나, 둘씩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결승선을 통과한 성인은 가파른 호흡을 뒤로한 채 유모차에 앉아 밖을 구경하던 아이를 보았다. 이들은 서로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채민이 아빠 이효정(37) 씨는 “채민이는 6살인데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혼자 온전히 걷기 어렵다. 이전까진 함께 뛰어보지 못하고 바람만 갖고 있었다”며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같이 달리게 됐고 올해도 앞으로도 채민이가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기적의 마라톤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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