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나무의 열매를 한방에서는 오매(烏梅)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자료에 의하면 덜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연기에 그을려서 훈증(薰蒸)한 것을 약용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볏짚이나 왕겨를 태우는 열기 속에 훈증하여 검은색이 될 때까지 건조하여 씨앗을 제거하여 사용한다. 연기에 그을리면 까마귀처럼 검다하여 오매(烏梅)라 불렸다.

약리작용으로 신체의 면역기능을 증강시키고, 대장, 이질, 결핵간균(杆菌) 등의 항균(抗菌)작용이 현저하다. 효능으로는 오래된 기침을 멎게 하고, 이질, 설사를 그치게 하며, 진액이 부족해서 생기는 갈증해소에 효과가 있다. 한편 매화(梅花)도 신경과민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에 치료효과가 있다.

민간요법으로는 매실(梅實)이 간(肝) 기능을 활성화하여 담즙분비를 촉진하고, 숙취, 피로회복에 사용했다. 또 위장(胃腸)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에 많이 이용했다. 약용은 물론 우리의 음식재료로 장아찌, 매실주, 액즙 등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日本)요리의 특징 중의 하나는 오매(烏梅)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생선요리를 주로 하는 일본에서 식중독(食中毒)예방의 효력이 있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실은 체내의 해로운 독소를 배출하고 위장장애에도 유용하게 쓰였던 약재였다.

매실나무는 우리의 신체에 유익함도 많이 주지만, 나무의 생김새와 꽃의 아름다움으로 예부터 많은 주목을 받던 나무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이 있는 꽃, 이른 봄 살며시 다가와 시나브로 피어 삶의 희망을 전할 메시지를 보내는 매화. 눈발이 성성해도 눈 속에 피어 새 생명의 깨어남을 알려주는 꽃. 은은한 향기에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며 왜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도록 자신의 몸 내음과 화사함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나의 선조께서 매란국송(梅蘭菊松)을 즐겨하셔서 사우당(四友堂)이란 호(號)를 지었다는데, 할아버지도 생전에 사당의 양편에 매실나무를 심어놓고 그 그윽함을 즐기셨다. 살았던 시간은 비록 다를지라도 공간은 그대로니 조부의 매실나무에 대한 관심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손자(孫子)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곧 온 산에 갖은 꽃들이 곧 만발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살아있음에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생몰(生沒) 미상의 어느 기생이 지었다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매화(梅花)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는데 매실나무의 까칠하고 검은 나뭇가지에 분홍색의 꽃봉오리를 보고 꽃이 필 수 있을까 걱정하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봤을 작가의 쓸쓸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표현된 시가 아닐까. 우리보다 앞선 선인(先人)의 감정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가슴으로 전해 동감하는 매화 관련 시 한편이 아닐까 싶다.

연분홍의 꽃봉오리가 건들면 터질듯 탱탱하다. 작은 가지마다 송공송골 맺은 분홍색 꽃망울을 어찌 표현할까. 그 오묘함을 표현할 방도가 없다. 이곳에 오면 사부작거리는 선친의 두루마기 소리와 생전의 어머님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해마다 커다란 등치에도 무수히 분홍꽃을 피우는 조부 사당의 매실은 계절의 전령사다. 봄은 환희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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