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출입문 앞에 한겨울을 고스란히 밖에서 지낸 동백나무가 드디어 붉은 꽃잎을 열었다. 입춘(立春) 즈음 꽃망울이 보였을 때 꽃이 필까 싶었는데, 보란듯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겨울을 즐기듯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싱한 이파리를 겨우내 달고 있었다.

수년 전 친구가 집을 정리하며 몇 가지 보내 준 화분 중 하나인데, 그 중에 동백나무가 꽃을 피워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무릎팍 정도의 키에 가지마다 꽃을 피우고 보란듯 작은 정원에 빨간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현관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겨 들락날락 할 때마다 눈길을 받으며 식구들의 사랑을 받는다.

자주는 못 가지만 어쩌다 가 보는 바닷가에서 수수한 동백나무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동백꽃에 반해 한참을 잊고 서서 바라보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새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이 대조되어 발길을 잡는 동백꽃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바닷가의 찬바람에 겨우내 시달리고도 꿋꿋하게 붉은 꽃을 피워내는 동백나무는 아마도 바닷가 지역을 대표하는 나무이지싶다.

현역시절 직장에서 서천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을 찾았었다. 엄청난 군락에 놀랐고 진한 꽃색에 반해 그 후 몇 번을 다시 갔었다. 동백정(冬柏亭)에서 내려뵈는 잔잔한 바닷가와 피를 토하듯 일몰(日沒)의 장엄한 광경이 각인되어 내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동백나무꽃의 선홍색이 억겁(億劫)을 지내며 수평선의 저녁 하늘을 닮았구나 생각했었다.

작으마한 화분(花盆) 속에 갇힌 나무가 과연 꽃을 피울까 싶었다. 꽃망울을 달고 달포 뜸을 들이더니 손녀딸 백일(百日)을 맞아 축하라도 해주듯 엊그제 봉오리를 터뜨렸다. 진홍색 꽃잎 속에 샛노란 장식을 달고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한 색을 선보인 것이다.

엊그제 봄 가뭄이 심한 가운데 단비가 내렸다. 이삼 일을 내리 추적거렸다. 더불어 강풍(强風)이 불어 봄꽃들이 단명(短命)한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래도 필요할 때 적절히 내리는 비라서 더없이 고맙다. 그 비바람에 동백꽃이 현관 앞에 꽃가루가 되어 흩어 뿌려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이지만 더 붉고 아름다우니 밟고 지나기도 조심스럽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 교목(常綠喬木)으로 10미터까지도 자란다. 나무껍질은 황갈색으로 매끄럽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쐐기형이다.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촘촘히 나 있다. 꽃은 붉은색 또는 흰색 등으로 11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이듬해 4~5월경까지 피며 향기는 거의 없다.

열매는 구형(球形)으로 밤알 크기만 하게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동백(東柏), 산다목(山茶木)으로도 불리며, 특히 전북 고창의 선운사, 전남 강진의 백련사 동백나무숲도 유명하다. 동백꽃을 조매화(鳥媒花)라도 불리는데 벌과 나비가 없는 이른 봄에 피기 때문에 새에 의해 수정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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