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발표한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 보고서를 통해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연한을 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정규직 고용을 늘리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갱신이 비효율적으로 거절되는 양상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간제 사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통해 노동자가 4년간 해고 불안 없이 근무하면 업무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DI 보고서대로라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되레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 양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국책연구기관이 반박한 셈이다.

KDI 보고서는 비정규직 보호에 힘쓰기보다는 제3의 고용형태를 활성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제3의 고용형태는 정규직보다 고용보호의 정도가 약하지만 비정규직보다는 높은 임금을 받는 고용형태라고 설명한다. 충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노동시장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정부가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위해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이 본래 취지와 반대로 가는 흐름이라면 문제가 크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대로라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 완화가 쉬운 만큼 비정규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양극화에 따른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정부대책 하에서는 산업별 노동수요 증가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다분히 임금인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농후해지고, 이는 고용 증대보다는 생산요소로서의 자본의 투입만 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의 비정규직은 경제활동 인구의 32.1%인 607만 명에 달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다면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더욱 심각해질 개연성이 높다. 우리의 노동시장이 정규직의 과보호와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왜곡돼 있는 현실을 어떻게든 타파해야 한다. 현재 노사정 대화는 꽉 막혀있는데다 노동시장 개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KDI 보고서가 제안한 제3의 고용형태 창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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