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다. 전국의 맛집, 명소를 찾으며 구경 겸 미각(味覺)을 동시에 즐기는 친구들과의 친목모임이었다. 친구들은 이젠 거의 은퇴하고,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낼까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도 하고 지난날을 돌아보기도 하는 시간을 보낸다.

지방에 사는 친구의 농장에 들러 사는 모습도 보고 오랜만에 회포도 풀었다.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느라 임시 거처에 살며 또 다른 인생 준비를 하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사람은 활동하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인다.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누고 시간 여유가 있어 지나는 길에 아늑하고 정갈한 모습이 인상적인 고찰이 보여 들렀다. 고즈넉한 주말 오후 절 마당엔 목탁소리와 은은한 독경소리가 깔려 있다. 마당을 가로지르니 대웅전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다.

독특한 향내음과 처마의 풍경(風磬)소리에 복잡한 가슴이 차분해진다.
[아니오신듯다녀가소서]. 길쭉하고 넓은 널빤지에 새긴 글귀다. 서각(書刻) 작품인지 사찰(寺刹) 입구의 담벼락 아래에 비스듬히 놓여 있다. 방문객이 읽고는 금방 분위기를 눈치 챌 내용이다. 조용히 다녀가란 뜻일 게다. 경내로 들어서서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세종특별자치시 근처에 있는 비암사(碑岩寺)란 사찰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경내를 고샅고샅 돌아봤다. 소박한 분위기에 고풍(古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입구에 서 있는 800년 된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고려(高麗)의 흥망을 지켜봤을 나이다. 계단 위에 우뚝 선 느티나무를 밑에서 올려다보니 하늘에 그림자를 드리운 듯 위엄이 있다. 균형이 잡힌 가지를 낸 고목의 모습에서 세월의 더께를 느낀다.

극락보전(極樂寶殿) 앞 화단에 갖가지 꽃들이 막 피어나고 있다. 수선화가 활짝 피어 은잔(銀盞)을 올려놓았고, 작약, 목단이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다. 그 사이로 개별꽃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아주 낮은 키에 작은 꽃들이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안 들어온다. 꽃밥이 마치 꽃잎에 점을 찍은 듯하다. 별 모양의 녹색 꽃받침이 꽃잎을 엮은 듯 가지런하다. 작고 연약하다보니 여러 개의 작은 줄기들이 서로 등을 기대고 서 있다.

개별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10-15cm 정도, 인삼 모양의 뿌리는 1~2개씩 붙어 있고, 줄기는 1~2개씩 나오며 흰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며 위쪽 잎은 크며, 피침형이다. 꽃은 5월경 흰색으로 잎겨드랑이에 하늘을 향해 피며, 열매는 6~7월에 맺고 삭과(?果)로 둥근 난형(卵形)이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