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1)
이따끔 들리는 시골집은 그야말로 풀 천지다. 신발만 바꿔 신고 곧바로 텃밭행이다. 이곳에서는 바가지나물로 불리는 개망초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한 가지에 대여섯 개씩 연한 대궁을 올리며 축제를 벌이고 있다. 오늘 몽땅 베어 나물로 해 먹을 셈이다. 묵나물로도 별미인 개망초는 이름만큼이나 온 밭을 헤매고 다녀 눈총을 받는다. 꽃은 예쁘나 밭을 가꿀라치면 도무지 대책이 없는 잡초다.
담벼락 가장자리를 둘러보니 더덕덩굴도 보인다. 순을 자르니 독특한 더덕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살짝 데쳐서 무쳐 먹으면 그 또한 일미다. 오가피순도 연한 부분은 모두 땄다. 쌉싸구레한 맛과 특유의 향내음은 어르신들이 특히 즐겨하는 봄나물이다. 다음은 머윗대 차례다. 제법 이파리를 넓히고 줄기를 올려 발길을 잘 디뎌야 한다. 어쨌든 쓴 맛을 내어 입맛을 돋궈주는 머위는 해마다 우리집 식탁에 어김없이 자리하는 나물이다. 아내의 머윗대 장아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 머윗대 사이로 납작하고 길쭉한 잎줄기를 올리고 있는 상사화가 보인다. 이파리가 무성해서 머윗대를 이길 기세다. 서로 비슷한 이파리색이 언뜻 구분이 안 된다. 앞마당 화단에서 크는데 어찌 이곳까지 영역을 넓혔는지 신기하다.
빽빽하게 우거진 이파리가 한 여름이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연분홍 꽃대를 길쭉하게 올릴 것이다. 그 꽃대 위에 더 진한 분홍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한자리에 모인 꽃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미 지고 없는 이파리를 그리워 할 것이다.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하여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래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60㎝ 정도 자라며 뿌리는 둥근 구형(球形)의 비늘줄기모양이다. 잎은 이 비늘줄기에 모여 나며 여름에 꽃이 나오기 전에 말라 죽는다. 꽃은 비늘줄기에서 나온 꽃자루 위에 무리 지어 핀다. 국내 자생종은 6종류로 흰색, 분홍, 붉은 노랑, 진노랑, 주황색 등인데 이 꽃들은 7월 말부터 9월까지 볼 수 있다. 열매는 맺지 않으며 정원이나 화분 등에 심어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이파리가 난(蘭)을 담았다고 해서 개난초로 부르는 지방이 있다. 특히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