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1)

올해도 어김없이 머윗대가 텃밭을 뒤덮었다. 해마다 호두나무와 감나무 아래로 면적을 늘려가며 뿌리를 뻗어가는 머윗대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다. 참두릅은 벌써 쇠어 먹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미 두릅나무 순에 잔가시가 촘촘히 나서 손을 댈 수가 없다. 오가피나무 가지도 어느새 새순을 쭉쭉 뻗어 줄기 끄트머리가 연하다. 참죽나무 순은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쳐다보기도 현기증이 난다. 한 일주일 후면 참죽순도 못 먹을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빨리 더워선지 식물도 그 성장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따끔 들리는 시골집은 그야말로 풀 천지다. 신발만 바꿔 신고 곧바로 텃밭행이다. 이곳에서는 바가지나물로 불리는 개망초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한 가지에 대여섯 개씩 연한 대궁을 올리며 축제를 벌이고 있다. 오늘 몽땅 베어 나물로 해 먹을 셈이다. 묵나물로도 별미인 개망초는 이름만큼이나 온 밭을 헤매고 다녀 눈총을 받는다. 꽃은 예쁘나 밭을 가꿀라치면 도무지 대책이 없는 잡초다.

담벼락 가장자리를 둘러보니 더덕덩굴도 보인다. 순을 자르니 독특한 더덕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살짝 데쳐서 무쳐 먹으면 그 또한 일미다. 오가피순도 연한 부분은 모두 땄다. 쌉싸구레한 맛과 특유의 향내음은 어르신들이 특히 즐겨하는 봄나물이다. 다음은 머윗대 차례다. 제법 이파리를 넓히고 줄기를 올려 발길을 잘 디뎌야 한다. 어쨌든 쓴 맛을 내어 입맛을 돋궈주는 머위는 해마다 우리집 식탁에 어김없이 자리하는 나물이다. 아내의 머윗대 장아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 머윗대 사이로 납작하고 길쭉한 잎줄기를 올리고 있는 상사화가 보인다. 이파리가 무성해서 머윗대를 이길 기세다. 서로 비슷한 이파리색이 언뜻 구분이 안 된다. 앞마당 화단에서 크는데 어찌 이곳까지 영역을 넓혔는지 신기하다.

빽빽하게 우거진 이파리가 한 여름이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연분홍 꽃대를 길쭉하게 올릴 것이다. 그 꽃대 위에 더 진한 분홍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한자리에 모인 꽃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미 지고 없는 이파리를 그리워 할 것이다.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하여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래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60㎝ 정도 자라며 뿌리는 둥근 구형(球形)의 비늘줄기모양이다. 잎은 이 비늘줄기에 모여 나며 여름에 꽃이 나오기 전에 말라 죽는다. 꽃은 비늘줄기에서 나온 꽃자루 위에 무리 지어 핀다. 국내 자생종은 6종류로 흰색, 분홍, 붉은 노랑, 진노랑, 주황색 등인데 이 꽃들은 7월 말부터 9월까지 볼 수 있다. 열매는 맺지 않으며 정원이나 화분 등에 심어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이파리가 난(蘭)을 담았다고 해서 개난초로 부르는 지방이 있다. 특히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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