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컴퓨터 모델링 기법 이용 …부작용 없는 의료용 제작 전망

국제 공동연구진이 거미줄을 모사해 강한 강도와 인성을 갖는 인공 생체섬유를 개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플로리다주립대, 터프츠대와 공동으로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거미줄의 기계적 성질을 지닌 인공 생체섬유를 설계·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거미줄은 강철과 같은 강도는 물론 인성(끊어질 때까지 흡수하는 에너지 양)이 케블라 섬유에 버금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거미는 누에처럼 고치를 만들지 않고 서로 영역을 침범하며 싸우기 때문에 사육을 통한 거미줄을 생산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에는 박테리아 유전자에 거미줄 단백질을 삽입해 생체 섬유를 만들려는 시도가 많았으나 시행착오에 의존해 진행된 실험이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예측 가능한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단백질을 선제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인공 거미줄 설계·제작에 반영했다. 새로 개발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단백질 용액이 거미줄이 만들어지는 관을 통과할 때 보이는 변화 등을 조사해 자연계 생체섬유의 합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결과를 인공 생체섬유 생산에 적용했다.

거미줄은 물속에서 안정성을 갖는 친수성과 반대로 물과 쉽게 결합되지 않는 소수성을 가진 영역이 교차로 존재하는 단백질이 가교를 이루며 결합한 구조다. 거미의 실 분비 기관인 실샘에 존재하는 단백질 용액이 실관을 통과하면서 고체화돼 형성된다.

KAIST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인공 거미줄을 확대한 모습. KAIST 제공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단백질의 아미노산 체인이 충분히 길고 적절한 비율의 소수성과 친수성 영역을 가질 때만 단백질 간 연결도가 급격히 증가해 높은 강성과 강도를 갖는 생체섬유 합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이 단백질을 박테리아의 유전자 조작으로 합성, 실관을 모사한 방적과정을 통해 인공 거미줄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거미줄 생성 원리를 규명함에 따라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거미줄에 버금가는 생체 섬유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체 내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생체 적합성을 활용하면 바이오메디컬용 생체 섬유도 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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