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자료에 의하면 상사화의 비늘줄기를 약용한다. 한방에서는 이 알뿌리를 녹총(鹿?)이라 하여 소아마비에 응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재로 사용한다. 비늘줄기에 들어 있는 성분이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골수를 흥분시켜 소아마비에 진통작용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외에 해열, 해독, 종기, 가래 제거 등의 처방에도 응용된다.

상사화는 줄기나 뿌리 등 식물 전체에 알칼로이드라는 독성이 함유돼 있어 입에 넣으면 목이 타는 듯한 증상이 있다. 민간에서는 가래를 삭이는데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냥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풀이다. 관상용으로 흔히 심는 상사화는 최근에 항암(抗癌)효과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중요한 약용식물인 셈이다.

‘이별초’라고도 하고, ‘서로 그리워하는 꽃’으로도 알려진 상사화(相思花), 잎과 꽃이 일생을 서로 보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슬픈 인연으로 운명을 타고난 상사화, 옹기종기 모여 꽃대를 서로 비비며 힘겹게 서서 꽃잎을 돌려가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상사화, 바람에 쉬이 꺾일 듯 가냘픈 꽃자루 위에 연분홍 꽃잎을 단 모습은 왠지 서글픈 느낌도 준다.

올해에 피어날 울안의 저 상사화는 그 숙명을 포기하지 않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날 광목에 연분홍빛 물들인 적삼을 입은 우리 누님의 푸석푸석한 얼굴 모습 같은 상사화, 꽃대 위에 사방을 돌려가며 꽃을 피운 내력은 아직도 보고 싶은 것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연한 분홍빛 꽃색깔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그리움의 표상 같다.

연녹색의 긴 잎줄기를 풍성하게 올린 상사화 잎이 머위 이파리와 키재기를 하고 개망초 줄기도 질세라 까치발 모습이다. 그야말로 주인 없는 풀밭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것저것 나물을 뜯어 수확을 했다. 그마저도 방치하면 풀 천지다. 이랑을 만들어 고추나 상추라도 심고 싶지만 풀을 보면 엄두가 안 난다.

이렇게 팽개쳐진 텃밭이 몇 해인가 가물가물하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은 풀 한 포기 없던 곳이 잡초만 무성하다. 사람은 가고 풀은 가득하니 세월이 무심하단 생각이 든다. 이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로 떠나고 늙은 부모만이 텃밭을 보전하고 있다.

머윗대, 개망초, 달래, 쑥, 시금치나물, 오가피순 등 풍성한 수확과 함께 아내의 손길은 바빠질 것이다. 부엌에서 나물 데치는 냄새가 진동하면 저녁 밥상에 파릇한 봄나물이 풍성할 것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모두 떠난 빈 집에서 쓸쓸히 집을 지키는 아버지 뒷모습이 서글프다. 머위 밭에 앉아 상사화를 바라보며 고향집을 지키는 잡초들이 오늘따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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