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최 해 돈강기슭에 어둠이 몰려오고새가 더 울지 않는다바람이 조금 분다우주의 한구석에살아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저물어간다그리워해야 할 일이 많다사랑해야 할 사람도 많다오늘 밤은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어둠이 몰려오는 강기슭에한 그루 자작나무가 서 있다자작나무는 말이 없다침묵이 그의 유일한 벗이다어두운 밤을 지새우고삶의 창문이 열리는 새벽을 기다릴 뿐이 시는 충주에 거주하며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최해돈 시인의 첫 시집 ‘밤에 온 편지’에 수록된 작품이다. 최 시인은 ‘문학세계’로 등단하고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충주문학회, 중원문학회, 심향문학회, 행우문학회, 문학세계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세상이 모두 어둠으로 저물어 갈 때 시인의 눈빛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강기슭에 어둠이 내릴 무렵,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잠잠해져 갈수록 시인의 감성은 높아져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서 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마치 기차를 타고 시간의 속도에 몸을 기댄 채 창문으로 열리는 풍경을 보듯, 조용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침묵하고 있지만 침묵할 수 없는 시인은, 한 그루 자작나무가 되어 어두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을 기다리듯 한번쯤 나도 시인처럼 침묵을 벗 삼아 고요 속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사사로운 것을 버리고, 지극한 고요 속에서나 감지할 수 있는 가녀린 떨림 속으로 들어가 우주의 한 구석에 몸을 맡긴 채, 한결 깊어진 눈빛으로 새벽이 우려내는 그 참맛을 맛보고 싶다. 이영옥 시인(대전문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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