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 닮아서 패랭이꽃이라 불러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죽림정사 쪽으로 다니는 산행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숲길이라 자주 다니는 곳이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든 걸어서 가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잠깐만 아스팔트길을 지나면 흙길 옆으로 모과나무,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각종 크고 작은 나무들이 도열하여 그늘을 만들어 준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으니 참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2㎞ 정도 걸어서 용화사 아래로 내려오면 시내버스 길에 닿으니 부담도 없는 길이다.

등산의 초입(初入)인 이곳에서 정상을 가려면 가파른 능선을 올라야 한다. 그래도 이 길은 서서히 오를 수 있는 느린 경사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전망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사는 사람도 꽤나 있다. 지난 주말 오후에도 버스를 타고 와서 산책 겸하여 이곳을 찾았다.

천천히 걸으며 푸르름이 성한 주변을 돌아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미 여름에 들어선 풀과 나무들은 검푸른 이파리가 싱싱해 보인다. 산에 나뭇잎이나 밭 작물도 짙푸른 색으로 한여름이 깊어짐을 말해준다. 철조망 울타리에 붉은 인동덩굴이 길게 꽃을 피우며 뻗고 있다. 밭 가장자리 울타리에는 매실이 통통하게 윤기를 내고 있다. 옛 어른들은 옥수수 수염이 나올 때 매실을 따라고 했는데 요즘은 절기가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미 시장에는 매실이 나왔으니 말이다.

밭 둔덕의 우거진 잡풀 사이로 분홍색 패랭이꽃이 눈에 띈다. 초록 사이로 드러난 색깔이라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진한 색도 아닌 연분홍과 흰색의 패랭이꽃이 줄이어 피어 있다. 더 올라가니 술패랭이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꽃씨를 뿌려 번진 듯하다.

패랭이꽃은 석죽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키는 30㎝ 정도, 잎은 가늘고 길며 마주 난다. 꽃은 진분홍색 및 다양한 색깔로 6∼8월에 가지 끝에 하나씩 달려 핀다. 열매는 9월 경 검게 원통형으로 삭과(蒴果)로 익는다. 꽃잎이 갈래갈래 술처럼 갈라진 패랭이꽃은 술패랭이라고 다르게 부른다.

옛날 서민들이 쓰던 모자(帽子)인 패랭이,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서 얽어 만든 갓의 일종인 패랭이를 닮아서 패랭이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요즘은 다양한 색깔로 여러 가지 개량종이 있는데, 생명력이 강해서 공원 등에 많이 심고 있다. 식물도감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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