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寒食有感(한식유감) -

家家禁火少繁華(가가금화소번화)한데
寒雨霏霏夕日斜(한우비비석일사)를.
怊悵忠魂何處去(초창충혼하처거)요.
空山自發杜鵑花(공산자발두견화)를.

- 한식(寒食)에 느낌이 있어 -
집집마다 아궁이 불을 끄고 번화함을 줄이는데,
찬비는 부슬부슬 석양은 뉘엿뉘엿.
슬프다, 충혼(忠魂)은 어디로 갔는가.
아무도 없는 산에는 두견화만 홀로 폈네.

◆지은이 오효원(吳孝媛): 1889(고종26)년에 태어난 여류시인.
이 시는 한식(寒食) 날에 얽힌 사연을 읊은 작품이다.

지은이는 시에 능했는데, 호가 소파(小坡)다. 일본의 여러 시회(詩會)에서의 기부금으로 최초 민간 여학교인 명신여학교(明新女學校)를 세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실패했고, 양계초(梁啓超) 등 중국의 명사들과도 시로써 교류했으며, 『소파여사집(小坡女史集)』을 남겼다.

한식(寒食)은 동지(冬至)에서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절(淸明節) 당일 또는 그 다음 날이 된다. 이 날엔 집집마다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한식의 유래는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라는 사람에게서 나왔다. 개자추는 간신에게 몰려 면산(綿山)에 은둔했는데, 문공(文公)이 그의 충심(忠心)을 알고 불렀으나, 개자추는 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에 산에서 나오게 하고자 산에다 불을 질렀는데,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아 불에 타죽고 말았다. 이에 문공이 애통해하면서 이날 하루는 개자추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모두에게 불을 피우지 말고 찬 음식을 먹게 했다. 그래서 이날을 한식이라 한 것이다.

한식날은 원통함이 서려있는 날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불을 지피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침울한 사연을 가진 날이기에 지은이는 이날의 일기를 “찬비는 부슬부슬 석양은 뉘엿뉘엿.”이라고 읊은 것이다. 지은이는 또 읊었다. 원한을 다 풀지 못한 개자추의 혼백은 산천(山川)을 떠돌 것인데, 그렇다면 그 혼백은 어디에 있을까. 지은이는 “아무도 없는 산에는 두견화만 홀로 폈네.”라 읊어 개자추의 피맺힌 원혼은 동산의 붉은 두견화(杜鵑花)가 되었다고 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두견화는 보기엔 아름답지만, 슬픈 원한을 감춘 꽃인 것이다.

이 시는 두견화를 등장시켜 한식날의 슬픈 사연을 십분 드러내었다.<끝>

<철학박사·고전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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