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개념 광학소자 활용 가능

KAIST 물리학과 조용훈 교수 연구팀은 육각형 반도체 막대구조를 이용해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양자 입자를 상온에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광소자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빛이 물질 내부에 충분히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만들면 서로가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빛도 물질도 아닌 제3의 입자인 폴라리톤이 생성된다. 이 중 반도체 내부에 존재하는 엑시톤과 빛을 강하게 결합시킨 경우를 엑시톤 폴라리톤이라 부른다.

빛이 물질 내부에 충분히 머물기 위해선 고품질의 거울구조가 필수적인데 100%에 가까운 반사율을 갖는 거울구조를 만드는 반도체 기술은 공정이 복잡하고, 제작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거울 대신 육각기둥 모양의 질화물 반도체 마이크로막대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막대를 사용하면 거울이 없어도 전반사의 원리로 인해 빛이 물질 내부에 갇혀 빛과 물질이 강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빛이 갇혀서 맴돌게 되는 위치에 질화물 반도체 양자우물을 성장시켜 기존 구조보다 5배 이상 강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영하 200도 이하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엑시톤 폴라리톤 입자를 상온에서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엑시톤 폴라리톤은 빛과 물질이 지닌 장점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입자다. 빛으로부터 얻은 고유 특성으로 인해 질량이 전자에 비해 10만 배, 원자에 비해 10억 배 가볍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하면 절대영도(영하 273도) 근처에서 에너지가 낮은 하나의 바닥상태를 모든 입자가 공유하는 ‘보즈-아인슈타인 응축현상’을 상온에서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또 엑시톤으로부터 얻은 고유 특성으로 레이저, 광학 스위치 등 빛을 이용한 비선형 광학 시스템보다 구동 전류가 10배 이상 낮은 폴라리톤 기반의 신개념 광학 소자로도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통적 레이저의 문턱전류의 한계를 넘는 폴라리톤 레이저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작동이 가능한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7월 8일자에 게재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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