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와 무, 상추 등 채소 가격이 폭등하자 20일 오전 대전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 코너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원기 기자

20일 오전 10시 30분, 딸과 함께 대전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은 주부 구 모(51·대전 서구 둔산동) 씨는 치솟은 채소값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파와 무, 상추, 대파 등 채소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폭등했기 때문이다.

구 씨는 한 채소가게에서 양파 20㎏ 들이를 골랐다. “양파 얼마예요?” 구씨가 묻자 중도매인은 “2만 2000원이에요. 양파 가격이 많이 비싸죠”라며 구 씨를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구 씨는 20㎏이 담긴 양파 대신 15㎏으로 양을 낮춰 구매했다. 구 씨는 “가격이 비싸 적은 양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요리 필수품인 채소값이 올라 지갑이 가벼워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가격이 오른 탓일까. 채소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과일가게들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꽃단장을 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추와 양파, 대파는 좀처럼 선택을 받기 힘들었다. 발길이 적어지자 한 채소가게 중도매인은 박스에 적힌 가격표로 연신 부채질을 했다. 그는 “채소를 가져올 때 농민들도 받아야 하는 가격이 있어 저렴하게 판매하고 싶어도 구매한 가격이 비싸 어쩔 수 없다”며 “가격 상승 때문인지 채소를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달 지역의 채소값은 지난해 7월보다 많게는 80% 가량 뛰었다. 대전주부교실이 지난 16일 지역 백화점 3곳과 대형마트 12곳, SSM(기업형 슈퍼마켓) 10곳, 전통시장 6곳 등 30곳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생활필수품 요금 비교조사’를 벌인 결과, 이달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7월보다 확연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가장 큰 가격 상승폭을 보인 채소류는 대파(500g)로 지난해 7월 1081원에서 올 7월 1945원으로 79.9%나 뛰었다. 같은 기간 무(1.5㎏)는 1216원에서 2122원으로 74.5%, 양파(1.5㎏)는 2162원에서 3155원으로 45.9% 각각 상승했다. 깐마늘(300g)은 이 기간 2356원에서 3049원으로 29.4%, 배추는 2586원에서 2905원으로 12.3% 올랐다. 애호박은 지난해 7월 726원에서 올 7월 803원으로 10.6%, 시금치(400g)는 2411원에서 2590원으로 7.4%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 상승은 일정한 지역에 한정된 장마와 고온다습한 기후로 생육이 악화가 주된 요인이라고 대전주부교실은 분석했다. 대전주부교실 관계자는 “태풍과 비의 여파로 출하작업이 지연돼 채소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당분간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 이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방원기 기자 b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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