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올라가니 하늘은 높고 맑다. 이따끔 지나는 구름이 넓은 창공의 돛단배 같다. 6월 상순(上旬)인데 이미 여름 기운이다. 식물들은 벌써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다. 절기도 작년하고 또 다른 것 같다. 게다가 가뭄이 심해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식수 공급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뉴스에 나오는 큰 댐의 수위(水位)도 바닥을 드러낸다니 난리다.

해마다 아내의 주도 하에 옥상(屋上) 농사를 짓는다. 오십 여 개의 적지 않은 화분(花盆)에 고추, 오이, 상추, 토마토, 열무 등을 심어 짭짤한 재미를 본다. 한 층(層)만 올라가면 텃밭이 있으니 편하고 신나는 일이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수고만 하면 무공해 농작물이 몇 분 내로 식탁에 오르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올 해는 땅콩을 추가로 심었다. 시골에서 흙을 공수하여 3층 높이의 옥상으로 등짐을 지어 날랐다. 마땅히 내가 할 일이다. 무슨 땅콩농사냐고 투덜거려봤자 소용없는 일.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하는 것이 평화로운 공존이다. 땅콩을 화분에 심어놓고 며칠 후 옥상을 가보니 누군가가 흙을 마냥 헤집어 놓았다. 범인은 바로 건너편 옥상에 사는 까치였다. 뭐 먹을 거라도 있나 확인해 본 모양이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땅콩 몇 알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었다. 아무래도 100% 국산땅콩을 한웅큼 캘 것 같다. 고추도 주저리주저리 실하게 열렸다. 상추랑 열무도 즉석에서 '싱싱비빔밥'으로 맛을 보았다. 정말 꿀맛이다.

이곳도 흙이 있다고 풀 천지다. 물을 자주 주니 풀들도 덩달아 쑥쑥 자란다. 어떻게 왔는지 별의별 풀들이 구색을 갖췄다. 바람에 날려 온 모양이다. 땅콩줄기 사이로 길쭉하게 내민 풀싹이 보인다. 서로 비슷하여 미처 속아내지 않은 것이다. 가까이 보니 한련초(旱蓮草)다. 어떻게 한련초가 우리집 옥상까지 와서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하다. 상추나 아욱 씨에 섞였는지 고추 묘에 딸려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습지나 도랑가에 많이 자라는 풀인데 어찌 여기서 뿌리를 내렸을까? 궁금하다. 시골에서 어렸을 적에 논두렁 풀을 깎다보면 낫에 검은 자국을 남기던 풀이다. 풀에서 나는 진액이 검게 변하는 풀인 줄은 알았었다.
 

   
 

한련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키는 50~60㎝ 정도 자라고 몸 전체에 털이 난다. 잎은 마주 나며 잎자루는 없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경 줄기 끝에 한 개씩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까맣게 익는다. 줄기를 자르면 즙이 나오며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는 풀에 있는 성분이 공기와 만나 변하기 때문이라 한다.

본초학(本草學) 자료에 의하면 한련초의 전초(全草)를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보익(補益) 약재로 사용한다. 지혈, 항균(抗菌), 모발(毛髮)성장 촉진 등의 약리성이 있다. 효능으로는 머리가 어지럽고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고, 머리카락이 희어지며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증상에 효과가 있다. 각종 출혈(出血) 증상에 지혈반응을 보이고 외상출혈에 신선한 것을 짓찧어 붙인다. 이 약재는 주로 해당 처방에 보조약(補助藥)으로 응용된다고 한다. <대전시 여성가족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