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직원들, 위기가정 학생 멘토로
일회성 아닌 지속·정서적 교류 눈길

▲ 대전복지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이 함께하는 ‘희망티움멘토봉사단’ 단원들이 멘티들을 초청해 쿠키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대전복지재단 제공

‘생색내기용 일회성 봉사는 이제 그만.’
기업 봉사활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김장 담그기, 연탄 배달 등 연말에만 단골로 등장하는 봉사활동이 아닌 지속가능하면서도 정서치유적인 봉사를 추구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것이 ‘멘토(Mentor)-멘티(Mentee)’ 결연을 통한 봉사다.

직원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위기가정 초·중학생의 멘토가 돼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범적인 봉사단이 결성돼 눈길을 끈다.

대전복지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이하 한수원)이 함께하는 ‘희망티움멘토봉사단’, 그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일회성, 단발성의 봉사활동에 익숙해 있던 직원들은 1년 동안 멘티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

한수원의 한 멘토는 “기간도 길고, 꾸준히 관계를 맺어야 하는 멘토 봉사가 어려울 것 같아 처음에는 신청을 꺼렸다”며 “하지만 나의 작은 노력에 의해 위기가정 청소년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며 이번 봉사활동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집된 멘토 30명은 두 차례에 걸쳐 교육을 받고 지난 5월 대전오월드에서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에는 심리·정서 지지 프로그램으로 가정 방문을 통해 상담을 하거나 학습을 도와주는 활동을 진행했고, 이달에는 대전 서구 내동에 자리한 수제홈베이킹에서 쿠키 만들기 체험을 했다.

매월 2~3회 정기적으로 멘트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친밀도를 높여온 멘토들은 멘티 가족과 함께 국립세종도서관 등지로 나들이를 가거나 평소 아이들이 읽고 싶던 책을 깜짝 선물로 보내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멘티인 강 모(13)군은 “낯선 멘토에게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지만 다양한 체험을 함께하고 고민 상담도 하게 되면서 친해졌다. 이제는 멘토의 전화가 기다려진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수원 직원들은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열공’ 중이다. 희망티움멘토봉사단은 연말까지 영화·연극 관람, 도자기 만들기 및 사과 따기 체험, 가정 방문 등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김순한 한수원 대리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직원들끼리 사춘기 아이들과 친해지는 대화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필요한 물품을 후원받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는 새로운 기업 봉사활동 개념이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과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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